추락 반도체 “날개가 없다”…64메가급 3달러이하로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28분


‘줄곧 떨어지는 반도체 가격엔 날개가 없는가.’

세계 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자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액의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품목.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 한국경제 전체에도 주름살이 미친다.

10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가격이 1달러 떨어지면 무역수지는 10억달러나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 업체의 차세대 주력품목인 128메가 SD램의 국제시장 현물가격은 9일 PC100(16×8)은 개 당 5.65∼5.99달러, PC133(16×8)은 5.70∼6.04달러로 전날보다 각각 0.88%와 0.87% 하락했다.

현재 주력 수출품목인 64메가 SD램 PC100(8×8)도 개당 2.68∼2.84달러, 64메가 SD램 PC133(8×8)도 2.72∼2.88달러로 3달러 이하를 맴돌고 있다. 이 같은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7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올 들어 반도체 가격이 줄곧 내림세를 보이는 것은 1, 2월이 ‘반도체 비수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SD램 수요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128메가 SD램의 가격하락은 반도체의 주력 품목이 64메가 SD램에서 128메가 SD램으로 바뀌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올해 SD램 가격이 지난해 말 예상보다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CSF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SD램 업체들이 현재 2개월 분 이상의 재고를 쌓아두고 있으며 이 같은 공급과잉이 3분기까지 계속돼 가격 회복은 올 연말까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CSFB증권은 올해 64메가 SD램 가격은 평균 4.5달러, 128메가 SD램은 9.09달러대로 지난해 말 예상했지만 최근 보고서에서 각각 3.25달러와 6.58달러대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에도 하락폭이 커져 각각 3.19달러와 6.06달러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워버그증권도 올해 64메가 SD램 가격 예상치를 개 당 3.8달러에서 3.3달러로, 128메가 SD램은 7.5달러에서 6.6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수급불균형으로 반도체 값이 치솟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도체 시장이 64메가 SD램에서 128메가 SD램 쪽으로 옮겨가면서 64메가 SD램 생산비중이 높은 업체는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64메가 SD램 가격이 3달러 밑으로 떨어져도 이익이 생기므로 수익기반을 위협받지는 않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64메가 SD램의 원가를 2달러 이하로 낮추고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을 낮출 계획이다. 현대전자도 가격 변동폭이 큰 SD램에서 S램이나 플래시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비중을 높여나가는 등 가격 추락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PC업체들이 PC 가격을 큰 폭으로 떨어뜨리면 재고 물량이 해소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PC 수요가 살아날 경우 하반기에는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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