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소비자 체감경기, 98년 3분기이후 최악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31분


서울 상계동에 사는 김재연씨(37)는 29인치 평면TV를 사려는 계획을 내년 6월 이후로 연기했다. 아반떼를 5년간 타고 있는 회사원 박재수씨(46)도 EF소나타로 바꾸려던 생각을 접고 1년 정도 더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자동차나 TV 등 내구소비재 소비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여파가 본격화된 98년 3·4분기 이후 가장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한국은행은 전국 16개 도시의 2267가구를 대상으로 ‘4·4분기 소비자동향’을 조사한 결과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가 52로 전분기(70)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98년 3·4분기(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향후 6개월 안에 부동산을 구입할 계획이 있다는 가계비율은 3%로 지난 분기의 4%에 비해 소폭 낮아졌다. 승용차를 살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5%로 전분기와 같았다.

그러나 교육비지출계획 CSI(110)와 여행비지출계획 CSI(108)는 여전히 100보다 높아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녀교육이나 여행을 위해선 지출을 줄이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여줬다.

CSI가 100보다 작으면 경기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앞으로 6개월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 CSI도 70에서 59로 떨어져 98년 3·4분기(42) 이후 가장 낮았다.

현재의 생활형편을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생활형편 CSI는 전분기의 81에서 66으로 하락했다. 생활형편전망 CSI도 83에서 68로 낮아져 생활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1년간 수입이 현재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가계수입전망 CSI가 3·4분기 94에서 4·4분기에는 84로 낮아졌다. 6개월 동안 취업사정을 나타내는 고용사정전망 CSI도 58로 3·4분기(82)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해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음을 나타냈다.이에 따라

소비지출계획 CSI 역시 96으로 작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을 밑돌았다. 특히 자영업자와 월소득이 300만원 이하인 중저소득층의 소비지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11월3일 퇴출기업의 명단이 발표되고 대우자동차가 최종 부도난데다 미국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국내외 충격요인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크게 불안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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