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 수사 난항…로비의혹 못푸나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10분


검찰이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씨의 정치자금 제공의혹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진씨에게서 나온 수천만원이 한 야당 중진 의원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진씨가 정치권과의 연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진씨가 직접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 진술하지 않을 경우 단서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3일 “신빙성 있는 첩보가 있어 조사중이나 진씨가 입을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진씨가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돈의 전달경위 등 정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진씨 주변인물의 제보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이같은 제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3일 진씨에 대한 구속영장 말미에서 “거액의 돈을 살포하면서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혀 진씨가 정관계 로비 혹은 구명운동 목적으로 거액을 쓴 단서가 잡혔음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진씨의 구명운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진 MCI코리아 전 회장 김재환씨와 검찰 주사보 출신 브로커 김삼영씨를 상대로 진씨의 거액 살포설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단순 구명운동 외에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이 진씨에게서 돈을 받아 전달한 정치인을 직접 거명하거나 진씨의 뒤를 봐준 정관계 인사에 대해 털어놓을 경우 수사가 의외로 쉽게 풀려나갈 수도 있다.

이 경우 편파수사 시비 우려가 검찰의 큰 부담이 된다. 검찰은 현재 수사중인 야당 중진 의원의 거액 수수 혐의가 밝혀질 경우 야당의 집중포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 상대편이 진씨에게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설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야당 의원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먼저 밝혀질 경우 ‘야당 죽이기’라는 공격을 받게된다는 것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선거사범 수사 불공정 시비에 따른 검찰 수뇌부 탄핵안 파동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편파수사 시비에 휘말릴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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