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기업의 최후 선택, 사옥매각 "得인가 失인가"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9분


‘사옥매각은 득(得)인가 실(失)인가.’

현대건설이 15일 밝힌 자구계획안에는 계동 건설사옥 매각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현대그룹의 상징인 계동 건물을 팔아 자구노력에 보태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이 건물을 현대중공업이나 현대모비스에 팔 작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사옥매각은 회사가 살아나기 위해 쓰는 최후의 수단이다. 현대건설이 사옥매각으로 충당할 돈은 1700억∼1800억원이라는 추산.

사옥매각은 ‘당장 쓸 돈이 없다’는 사실과 함께 ‘얼마나 급하면 회사 건물까지 파느냐’는 해석을 낳게 한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위해 회사 건물을 내놓았던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실패로 끝난 케이스가 대부분. 중도에 슬그머니 매각철회를 선언한 곳도 있다.

금융기관의 경우 사옥매각은 ‘독약’과 같은 아킬레스건이다. 실제로 현대투신 전신인 과거 국민투신은 97년 무렵 회사가 어려워지자 여의도 본사건물을 팔겠다고 밝혔다가 고객돈 인출사태가 이어져 없었던 일로 한 적이 있다. 신용이 생명인 금융기관의 경우 고객들은 사옥을 팔겠다는 회사 경영진 결정에 “변변찮은 건물 하나 없는 회사에 어떻게 고객돈을 맡기나”며 불안해 한 것.

역시 공적자금 투입으로 어려움을 겪은 한국투신과 대한투신도 회사건물을 팔겠다는 자구계획을 세웠다가 고객동요로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LG그룹은 IMF 직후 여의도 쌍둥이 빌딩을 매물로 내놓는 전략을 세웠다가 실제 건물은 팔리지 않고 속내만 드러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한화그룹은 당국의 압박으로 여의도 최첨단빌딩인 한화증권을 휴렛팩커드사에 팔려다가 막판에 철회한 적이 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사옥을 팔면 어차피 그 건물에 다시 임대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그룹의 상징건물인 계동사옥을 중공업에 판다는 복안이 성사될지 아니면 ‘팔려해도 살 사람이 없더라’며 매각을 못하게 될지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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