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회생 가닥잡혀]"현대 살리자" 정부 급선회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53분


현대건설 처리문제가 일단 자력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자구계획 발표시기를 둘러싼 막판 진통이 있지만 대체로 해결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가 15일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이를 반영한다.

현대건설 김윤규(金潤圭)사장은 이날 “자구계획안 규모는 8000억원이 넘고 정몽구(鄭夢九)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간의 만남도 결국 잘 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자구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당초 정부가 생각한 3가지 시나리오 중 최선의 해결 방안이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된 결정적인 원인은 정부의 기류 변화. 정부 내에서도 한때 현대건설 처리에 대한 강경 기류가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말 현대건설 1차 부도 후에도 정몽헌 회장이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자 “이 기회에 현대의 상습적인 ‘버티기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정부가 마련해 놓은 △자력회생 △출자전환 △법정관리 중 당초 최후의 ‘압박용 카드’인 법정관리 불사가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그러나 ‘법정관리’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정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우선 대우건설과 동아건설이 사실상 넘어진 상태에서 국내 건설업계의 마지막 보루인 현대건설마저 쓰러지면 특히 해외건설사업이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했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이달 초 “현대건설은 유동성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시공능력이나 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그냥 무너뜨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회사”라고 말했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정책이 지나치게 재무구조 건전화만 중시해 산업정책 측면의 고려가 부족하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도 온건기류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진념(陳稔)재경부장관은 최근 “금융정책과 산업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부쩍 강조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특혜’로 비칠 수 있는 직접자금지원은 자제하면서도 현대측의 자구노력 촉구와 서산농장 처리 등 강온책을 병행해 현대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현대건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정부 및 금융시장에서는 현대건설 대주주인 정몽헌 회장의 한계상 최소한 정몽구회장 등 친족과의 화해 신호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측의 추가 자구계획이 과연 얼마나 ‘알맹이’가 있을지도 변수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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