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구案 속사정]시장-정부 강경론에 '白旗'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24분


현대측이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를 일단 수용해 4000억원의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일단 현대건설은 퇴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현대 사이에 서산농장의 매각가격을 놓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고 현대측이 자구조건으로 “채권단이 차입금 회수를 두달간 자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세는 일단 ‘현대건설을 살리자’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채권단이 현대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현대는 발등의 불로 떨어진 자금난은 벗어날 수 있다.

▽현대 자구 나선 속사정〓현대측은 일단 “특단의 자구책이 없으면 법정관리로 가겠다”는 정부 입장을 엄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 내에서 강경 인사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기류를 감지했고 자금시장의 흐름이 “현대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쏠리는 상태임을 확인한 것.

현대의 핵심 인사들은 ‘사재를 출자했다가 채권단이 앞다투어 원금을 회수해 가면 돈만 집어넣고 경영권을 뺏기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아직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현대건설을 부도내기 어려운 부담감을 가진 만큼 현대도 현대건설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그룹의 모태(母胎)를 포기했다가 다른 계열사에 어떤 악영향이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고안팎에서 쏟아질 비난을 감수하면서 기업활동을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이 때문에 현대건설의 마지막 보루인 서산농장도 내놓았고 총수일가의 사재출자를 결심했다.

▽현대건설 회생 가능한가〓현대건설이 4000억원을 마련한다면 현대는 올 연말까지 영업을 통해 남은 돈을 제외하고도 9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측은 “현재 현금흐름의 불일치(Miss―Match)가 약 2000억원이어서 확보한 현금 중 외화차입 등 꼭 갚아야 할 돈을 갚고 채권단의 도움으로 부채 만기가 연장되면 자금난을 겪지 않을 것”이라 설명한다.

현대의 올 영업이익이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5조3000억원인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수 있고 자구를 통해 빚을 4조4000억원으로 낮추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과거의 중동특수가 재현되기는 어렵지만 고유가로 인해 중동에서 해외수주가 꾸준히 늘고 있고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퇴출되면 국내영업환경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현대건설의 경영진이 제대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가정 아래서 나온 것이다. 경영진이 지난 몇 개월간 보여준 것처럼 ‘게걸음식’ 위기관리 행태를 고수한다면 또다시 퇴출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서산간척지 개요
면적3123만평(A지구:1900만평, B지구:1200만평)
사업
현황
벼농사 총 30만가마 수확(480억원), 투입비 350억원
가격조성가격:6421억원(평당 조성단가 2만717원)
공시지가:3621억원(평당단가 1만1565원)
감정가:약 6700억원(평당 2만5000∼3만원)
농림부매입가:약 2200억원(평당 7045원, 공시지가의 66%)

현대 대주주 주식보유 현황
구분회사명지분주가
정주영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2.69
0.5
0.51
0.28
857억
15억
76.7억
6.9억
합계955.6억
정몽헌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상선
현대상사
7.82
1.7
4.9
1.22
240억
603억
122억
9억
합계--974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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