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재편 회오리…삼성·LG 새 강자로 부상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59분


한국의 ‘간판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이 1차 부도를 맞고 동아건설의 퇴출이 확실시되면서 건설업계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연간 국내공사 수주만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매머드 업체. 동아건설도 매출규모가 연간 2조원 가량인 국내 하도급 순위 7위인 대기업이다.

수십년간 건설업계를 이끌어왔던 현대와 동아가 이처럼 흔들리는 반면 삼성물산 LG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등 후발주자들은 반사이익을 얻으며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동아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은 80, 90년대 주택 200만가구 건설과 정부의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SOC)투자라는 건설특수를 타고 덩치를 키워왔다. 부채가 많은 이들 기업은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수주가 줄고 대외신인도가 떨어지자 일제히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건설업계가 성장할 때는 커다란 몸집이 공사수주 등에 오히려 유리했으나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된 것.

전문가들은 선수금을 받아 다른 공사에 입찰하는 등으로 규모를 키워온 건설업계의 관행이 부실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아건설은 80년대 리비아대수로 공사를 수주하는 등 세계적인 건설회사로 발돋움했으나 재건축 주택 등으로 무리하게 외형을 늘리는 자충수를 두었다. 현대건설 역시 97년 이후 일감이 급감하면서 돈이 돌지 않자 구조조정을 하기는커녕 급한 대로 2조원 가까이 되는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 족쇄였다는 것.

반면 삼성과 LG 현대산업개발 대림 등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재무구조로 외환위기를 견뎠을 뿐만 아니라 선발업체들의 위기를 틈탄 아파트 분양 호조와 해외수주 증가 등으로 업계 1, 2위를 넘보고 있다.

삼성과 LG는 뒤늦게 건설분야에 뛰어들어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주택부문에서 착실히 성장해온 것이 특징이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자란 이들은 현금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매출규모와 최종 수익만 따지던 기존 업체들이 겪은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현대산업개발과 대림도 빚이 3조∼5조원에 달하는 현대건설 동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1조원대의 부채로 이자부담이 많지 않다. 덕분에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줄줄이 적자를 낸 올 상반기에 수백억원씩의 당기순익을 냈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김민형(金旻炯)부연구위원은 “최근 경영상황을 보면 현대와 동아는 삼성이나 LG보다 수주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건설 이외 다른 부문에 투자하거나 부채가 너무 많아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소비자들은 경영상태가 좋은 업체로 몰리는 편이므로 앞으로 건설업계는 더욱 양극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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