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산업생산증가율 작년2월이후 최악…경기 "한겨울"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56분


지난달 생산과 출하 소비 등 경제지표가 모두 나빠지는 등 실물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중 산업생산증가율은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15.1%로 뚝 떨어져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실물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9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작년 9월에 비해 15.1% 늘어나는 데 그쳤고 8월과 비교해서는 4.3%포인트 줄었다. 작년 동기대비 생산증가율은 99년 2월 5.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앞으로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출하증가율도 8월 24.8%에서 9월엔 15.2%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내수출하는 14.1%에서 6.2%로 급락, 지난해 2월 3.4%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여기에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도소매판매 증가율도 지난달 6.1%로 8월중 8.2%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이날 발표는 얼어붙은 체감경기를 실물지표에서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또 일찍이 경기냉각을 우려한 민간쪽 주장을 정부측이 처음으로 시인한 것으로 ‘지표상으로는 그래도 낫다’는 정부쪽의 기존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게 됐다.

9월 실적은 8월과 비교해 너무 우울한 성적표다. 통계청은 이처럼 9월 지표가 나쁘게 나타난 것에 대해 추석이 예전보다 일찍 다가와 8월중 추석에 대비한 생산이 크게 늘어난 데 대한 반락요인으로 설명했다.

통계청 박화수(朴華洙)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실물경제지표에 큰 영향을 발휘한다”며 “향후 경기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에 관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 반도체가격이 최근 들어 더욱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통계는 우리 경기가 앞으로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정부와 기업 가계의 다각적인 대응이 촉구된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날 ‘최근 경제동향과 2001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이 연 5.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내년 GDP증가율을 5%대로, 산업연구원(KIET)과 LG경제연구원은 6%대로 예측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그러나 2차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추진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금융불안이 확산돼 성장률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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