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금]"금감원로비-불법대출 이경자씨가 주도했다"

  • 입력 2000년 10월 27일 06시 13분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李德善부장검사)는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6)부회장의 자금담당책인 원응숙씨를 26일 오후 전격 소환해 원씨에게서 불법대출과 금융감독원 로비를 이부회장이 주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원씨는 이부회장이 운영하던 사채회사 ‘글로벌 파이낸스’의 이사를 거쳐 현재 S팩토링의 이사로 일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의 핵심 관련자다.

검찰 관계자는 “원씨가 ‘이부회장이 여러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동방신용금고에서 주도적으로 돈을 빼냈으며 금감원에 대한 로비도 주도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진술은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32)사장이 검찰 출두에 앞서 언론에 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정사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법대출자금 중 행방이 묘연한 400억원은 이부회장이 6명의 차명계좌에 입금했으며 돈의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부회장에 대해 27일 상호신용금고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이부회장이 금감원 인사 이외의 다른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정사장도 75억원 가량을 불법대출해 사용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같은 혐의로 사법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부회장과 정사장은 모두 금감원 관계자 이외의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정사장이 만들어 운영한 사설 투자펀드에 가입한 인사들의 명단 일부를 금융감독원에서 넘겨받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실명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일부 명단을 보내와 실명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나 아직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 유명인사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며 “사설펀드의 운용과정에 범법사실이 있는지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금감원에서 불법대출과 관련한 수천 쪽 분량의 자료와 계좌추적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조사했으며 불법대출에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보이는 이부회장의 투자상담사 권모씨 등 관련자 10여명과 동방금고와 대신금고 과장 등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KDL과 서울 동방금고, 인천 대신금고, 정사장과 이부회장의 자택 등 10여 곳에 대해 법원의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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