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계좌추적권 3년 연장]날개단 공정위―속끓는 재계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34분


‘재벌개혁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공정위)

‘1년 내내 조사만 받으라는 소리냐.’(재계)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계좌를 추적하는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을 3년간 더 행사하겠다고 하자 재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공정위는 “재벌의 부당내부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계좌추적권을 연장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가뜩이나 경기가 나쁜데 공정위가 기업을 들쑤시면 업무는 언제 보라는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핵심은 계좌추적권〓공정위 계좌추적권은 재벌개혁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 이 제도는 전윤철(田允喆)위원장 시절인 99년 2월 재벌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뿌리뽑기 위해2년 동안만 사용하기로 했다. 만료기간은 내년 2월.

그런데 공정위가 민주당과 협의해 앞으로 3년 동안 더 계좌추적권을 갖기로 합의한 것. 이뿐만 아니라 위장계열사 혐의가 있는 경우에도 계좌추적권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재계, 공정위 ‘공룡될라’ 경계〓재계측 입장은 결사반대다.

불공정한 내부거래를 감시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공정위에 검찰과 버금가는 권한을 계속 줄 경우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1년 내내 조사만 받다가 세월 다 보낸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어느 대기업 구조조정본부 책임자는 “공정위가 기업현장에서 조사하는 분위기는 검찰과 국세청보다 훨씬 더 고압적이다”며 “내년부터 이사회제도 개편과 함께 2차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그대로 적용되는데 공정위가 계좌추적을 한다는 것은 심각한 월권(越權)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른 그룹사 관계자도 “공정위가 국세청 금감원 역할까지 도맡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라며반발했다.

▽공정위, 재벌개혁 압박〓공정위측은 “재벌의 부당내부거래를 뿌리뽑지 않고는 기업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며 “깨끗한 업체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주순식(朱舜埴)총괄정책과장은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계좌추적권 없이는 도저히 조사를 할 수 없다”며 시한을 연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위장계열사를 만들어 편법 지원하는가 하면 심지어 해외에 실체도 없는 역외(域外)펀드를 만들어 부실회사를 지원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는 것. 고심 끝에 앞으로 조사를 방해한 기업 임직원에 대한 과태료를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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