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장사도 벤처, 떼돈 법니다"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11분


“생선장사도 ‘벤처’가 되냐고요? 생선으로 떼돈 버는 거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생선을 판매하는 네오피시(www.neofish.co.kr)의 방현석사장(27). 머리 꼬리 내장 등을 완전히 제거하고 가시까지 발라낸 생선을 냉동, 진공포장해 고객의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7월초 개시했다.

“맞벌이 주부와 독신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서울 강남지역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요즘은 물량을 대기 힘들 정도죠.” 특히 지난 추석에 만든 생선선물세트는 완전히 매진됐다고. 고등어 반마리 2000원, 이면수 반마리 2000원, 삼치 반마리 2500원으로 재래시장에 비해 1.5∼2배가량 비싸지만 포장을 뜯어 프라이팬에 튀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편리함과 깔끔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취급품목은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국산 삼치, 이면수 3종류. 진공포장된 냉동생선을 드라이아이스를 섞은 박스에 넣어 배달해준다. 서울은 1만원 이상, 수도권 지역은 2만원 이상, 그 외 지역은 3만원 이상 주문하면 배송료가 무료.

이 업체의 생선맛을 아는 사람들끼리 공동체까지 형성되고 있다. 하루 1000명 이상이 찾는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혼자 사느라 생선맛을 잊을 뻔 하다가 네오피시 덕에 몇 년만에 맛있는 생선구이를 먹었다”는 자취생, “아내가 결혼후 한번도 생선구이를 안해줬는데 며칠전 고등어를 배달시켰더니 밥상에 드디어 고등어구이가 올라왔다”며 감동에 젖은 남편, “이제야 비로소 반찬걱정을 해결했다”는 결혼 초년병 주부 등의 찬사가 가득.

광고대행사 ‘네오 프라임 코리아’의 실장인 방씨가 ‘생선벤처’에 뛰어들게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오래전부터 지인을 통해 전남 여수에서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공수’해 드시던 입맛 까다로운 아버지가 올 2월 아침식사를 같이 하다가 방씨에게 “고등어로 사업 한번 해보지 그러냐”고 조언했던 것.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점점 더 깔끔한 것을 추구하는데 생선을 먹는 방법은 나아진 것이 없거든요. 비린내나는 생선가게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선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사다가 내장을 빼고 가시를 손질하고…. 장사가 되겠다는 영감이 왔습니다.”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를 수입, 염장처리해 전량을 미국 LA에 수출하던 여수의 한 공장을 찾았다. “젊은 서울 사람이 생선에 대해 뭘 아냐”며 딱잘라 거절하던 그 공장의 사장도 몇 달간 끊임없이 졸라대는 방사장의 끈기에 감동, 국내 판매권을 내줬다.

주위의 지인들도 생선맛을 보고 사업에 적극 동참해왔다. 전화주문과 발송을 담당하는 7명을 제외하고 기업운영에 참여하는 사람들 전원이 광고대행사직원 음악스튜디오실장 성악가 등 별도의 직업을 가진 ‘투잡 족’.

방사장은 “돈도 돈이지만 생선 한 마리 때문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네오피시를 통해 얻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중입니다.” 문의전화는 080―421―9292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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