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대상 거론 업체들 전전긍긍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3분


퇴출 기업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대상으로 거론되는 업체들은 물론 부실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들도 긴장하고 있다. 삼성 현대 LG SK 등 4대그룹은 대외적으로는 퇴출 대상 계열사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내심 계열사 중에 ‘살생부’에 올라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고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다.

건설업체와 해운업체 섬유 시멘트업체 등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기업들은 5일 임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회사의 앞날을 걱정했다. 보다 적극적인 기업은 임원들끼리 역할을 분담해 정치권과 주거래은행 등에 자구계획을 설명하기로 하는 등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 중에는 ‘절대 아니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곳도 있었다.

워크아웃 상태에서 회생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동아건설의 임원들은 “우리가 퇴출당하면 채권단과 국민경제 부담이 더 커진다”고 강조하며 자구 가능성을 역설했다.

동아건설은 98년 워크아웃 이후 1조원 이상의 공공자금이 투입됐으나 최근 채권단에 43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한 상태.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김포매립지 법인세 추가와 성수대교 붕괴 책임에 따른 구상금 등이 생겨나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이자율을 현재의 7%대에서 3%대로 낮춰주면 내년부터는 흑자경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권단 측은 총 차입금 3조3000억원 중에서 당초 약속한 1조1000억원 정도를 출자전환한다 해도 2조원 가량의 차입금이 남으며 그 이자를 갚을 전제조건인 연간 2조원의 매출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우리는 대상이 아니다”고 단정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위 고위 관계자도 현대건설 부분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자금난이 거론되는 상황에 난감해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부채 규모가 5조원이 넘어 이자상환이 힘겨운데다 올해 말까지 달성하기로 약속한 1조5000억원의 자구계획 중 아직 5000여억원밖에 달성하지 못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나머지 1조원은 유가증권과 부동산 매각으로 달성할 계획이지만 주가하락과 부동산경기침체로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 업계에서는 2차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어 현대측은 소문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섬유업체 중에서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K업체는 “채권단으로부터 안심하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었다. 오히려 “D업체 등 다른 회사일 것”이라며 ‘흘리기’를 하는 분위기. K업체 관계자는 “화섬업계 전체가 상황이 좋지 않지만 우리는 부채와 적자가 점차 줄고 유동성이 개선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워크아웃 상태인 만큼 채권단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쌍용양회도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영업 부진 등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쌍용측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본에서 대규모 외자 유치를 하고 대주주를 바꾸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왔으니 좋은 평가가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이번 퇴출 대상에 해운업이 포함돼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선박을 구입할 때 80% 이상을 외화로 조달하는 특성상 다른 업체들처럼 일률적으로 부채 비율로 따져선 안되며 일본 해운업체들도 부채 비율이 700%에 달한다는 것.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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