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로비자금 파문]野 "또 음해냐?" 與 "우린 몰라"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09분


경부고속철도 로비자금이 경남종금을 거쳐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의원들에게 전달됐다는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나라당은 즉각 “야당 음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집권초 ‘세풍(稅風)’이니 ‘총풍(銃風)’이니 하며 야당을 탄압하더니 이제는 엉뚱한 기업 이름을 빌려 터무니없는 정치자금 유입설을 흘리고 있다”며 로비자금 유입설 자체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정권이 국면 전환을 위해 ‘야당 목조르기’를 시작한 것 같다”며 검찰 수사를 여권의 공작으로 규정했다.

로비자금이 신한국당에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 15대 총선 전후에 주요 당직을 맡았던 사람들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펄쩍 뛰었다. 부산의 한 의원은 경남종금에 대해 “회사 규모도 크지 않고 이미 망한 기업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이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97년 대선자금 문제를 거론하며 역공을 취했다. 천용택(千容宅)전국가정보원장이 작년말 기자들과 만나 “DJ가 15대 대선 직전 재벌들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만큼 검찰이 정치자금 수사를 하려면 천용택 전원장의 발언부터 먼저 조사해야 한다는 것. 민주당은 이에 대해 ‘검찰 수사는 우리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어렵게 조성된 여야 화해 기류가 흐려질 것을 우려했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경남종금 사건은 금시초문이다. 무슨 일만 터지면 과거 정권 때와 같이 생각한다”며 야당의 음해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고속철도 로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면 이번 사건이 의외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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