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인수전]GM 포기땐 현대 뒤집기 가능성

  • 입력 2000년 9월 16일 18시 37분


현대자동차가 대우차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서 기아차에 이어 대우차도 ‘뒤집기 한판승’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계안 현대차 사장은 이와 관련, 16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몽구 회장은 사업에 관해서는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라며 대우차 인수에 나설 의지를 내비쳐 그 가능성을 높였다. 시장 독점 논란이 있었던 기아차 인수가 잘 해결되자 자동차 경영권을 물려받았고 자동차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직후 대우차를 인수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회장이 ‘천운’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정부가 대우차 인수 대상자에 현대차를 포함할지가 아직은 미지수이고 파트너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표면상 대우차 인수에 구체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이 걸린다. 국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도 문제이며 무엇보다도 국내시장이 독점체제로 전환되는 것과 관련,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정부 입장과 관련해서 이사장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산업은행과 지속적으로 접촉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로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점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2월 대우차 입찰시 적어낸 가격으로 보자면 정부로서도 포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현대 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크게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2월 입찰 때도 최후의 순간에 다임러를 입찰에 나서게 하는데 성공했었다. 이사장은 “다만 다임러가 최근 인수한 일본 미쓰비시에 재무책임자를 포함해 모두 4명의 이사진을 파견하는 등 대우차를 제외한 아시아 경영전략을 이미 짜 둔 점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경우 현대차는 단독으로 대우차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올 상반기에만 창사이래 최대인 3930억원의 순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현대의 가장 큰 고민은 독점시비다. 이사장은 “정부가 아무리 현대의 손을 들어주려해도 시장의 반응이 아니면 선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GM이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다면 이번 역시 ‘어쩔 수 없이’ 현대의 뒤집기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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