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조흥과 한빛은행 주가 차별화 이유는?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34분


조흥은행과 한빛은행(상업과 한일의 합병은행).

과거의 영화(榮華)는 오간데 없이 지금은 공적자금으로 지탱되는 ‘비우량은행’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두 은행의 주가는 최근 뚜렷한 차별세를 보이고 있다. 조흥 한빛은행의 주가는 6월 중순까지 2000원대 수준에서 엇비슷했으나 14일 현재 조흥 3800원대,한빛 1900원대로 가격차이가 두배로 벌어졌다. 왜 그럴까?

▽영업성적이 말해요〓올 상반기 영업실적은 ‘조흥 약진, 한빛 부진’으로 요약된다. 금융감독원 기준으로 잠재손실을 전액 반영할 경우 조흥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528억원에 달하는 반면, 한빛은행은 7104억원이라는 거액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 결과 6월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조흥 10.23%, 한빛 8% 미만으로 뚜렷한 차이가 난다.

조흥은행은 이같은 실적을 토대로 ‘독자 생존’에 대한 희망을 갖게된 반면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한빛은행은 금융지주회사 편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수익력의 차이〓은행의 기초적인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은 조흥은행이 올 상반기중 4.20%로 한빛은행(3.39%)보다 월등히 높다.

한화증권 임일성애널리스트는 “가계 및 중견기업 대출비중이 높은 조흥은행이 대기업 중심인 한빛은행에 비해 예대마진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중 한빛은행의 신규 부실여신금액(1조299억원)이 조흥은행(3718억)보다 월등히 많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더십도 한몫〓조흥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중에서 경영시스템이 가장 안정돼있으며 특히 위성복은행장의 리더십이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 이에 비해 한빛은행은 관악지점의 거액 불법대출사건을 계기로 내부통제의 허술함과 김진만행장 등 ‘합병은행 지도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리젠트증권 김경신이사는 “불법대출사건이 한빛은행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점장이 고객돈을 불법운용하고, 내부통제시스템이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면 어느 고객이 마음놓고 돈을 맡기겠느냐”고 반문했다.

▽투자하기엔 부담가는 은행〓경영성과에도 불구, 조흥은행이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힘들 것 같다. 일례로 시장의 큰 손인 기관투자자들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매매대상으로 올려놓지도 않는다. 개인들만이 ‘싼 맛’에 샀다 팔았다를 반복할 뿐이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은 감자를 각오해야 한다”며 “추가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이에 따른 대손상각 부담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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