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重 계열분리 미묘한 신경전

  • 입력 2000년 8월 14일 19시 18분


현대중공업측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꾸었다.

13일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발표가 있자마자 “그룹측이 중공업을 계열분리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것에 비하면 180도 돌변했다. “계열분리안에 반발하는 임시 이사회가 곧 열릴 것”이라고 말하던 중공업 관계자들은 14일 “언제 이사회 소집계획이 있었느냐”고 시치미를 뗐다.

현대중공업 권오갑 이사는 “중공업을 계열 분리하려면 각 계열사의 지분을 다 흔들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어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그룹과 중공업이 특별한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그룹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14일 현대 각 계열사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공업 주가만 약세를 보이자 일부 관계자들은 “계열분리 시기만 앞당겼어도 주가가 탄력을 받았을 것”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대해 내부에서는 ‘전술상 후퇴’로 해석한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측 수습안에 만족하는데 괜히 중공업만 반발해 현대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면 중공업이 덤터기를 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8·15경축행사와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중공업이 시끄러울 경우 정몽준(鄭夢準)의원이 눈총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측은 “중공업에서 말이 나오면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정의원간의 갈등으로 비춰져 중공업과 정의원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며 “당분간 현대전자와의 소송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조조정본부측이 ‘그룹의 자금줄’인 중공업의 족쇄를 쉽게 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룹 안팎의 관측. 따라서 중공업은 시간을 봐서 다시 중공업 계열분리 문제를 제기하되 우선 현대전자와의 대지급금 소송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공업측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현대의 한 관계자는 14일 미묘한 발언을 했다.

“정회장과 정의원의 사이는 문제가 없다. 다만 정의원과 현대그룹 모 인사와의 사이가 좋지 않을 뿐이다.”

모 인사는 바로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을 지칭한 것.

그의 발언은 중공업측이 계열분리의 반대세력으로 이회장을 지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회장이 물러나고 정회장과 정의원 두 형제간에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서로의 관계가 복원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형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잡음 없이 중공업 계열분리를 끝내려는 입장. 그러나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계열분리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생길 가능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몽헌구분정몽준
52세나이49세
치밀하고 논리적인 두뇌강점명석한 두뇌와 온화함
계열사 경영성적부진약점정치인으로서 대외이미지 관리필요
75년현대 입사75년
현대그룹 회장 현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경력현대중공업 회장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종합상사 현대상선주요 계열사현대중공업 미포조선 현대학원이사장
이익치 김윤규 김재수측근 경영인김형벽 조충휘

<이병기·정위용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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