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구안 실현성 있나]2231억은 당장 현금화 가능

  • 입력 2000년 8월 13일 23시 37분


채권단은 현대 발표안이 서산농장과 인천 철구공장 매각 등 실현 가능성이 낮은 자구계획 5000억원 규모를 제외하고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상장사 유가증권 매각 대금 2231억원을 보강했기 때문에 실현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공사를 하고 받지 못한 공사대금과 부동산 매각은 가격을 놓고 상당한 실랑이를 벌일 것으로 보여 특단의 방안을 찾지 않는 한 매각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 상장사 지분 매각〓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정주영(鄭周永)전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자동차 지분 6.1%(1270만주)를 현 시가(11일 종가 1만7150원)로 매입해 2200억원 가량을 현대자동차에 지급하면 현대자동차는 이 대금으로 현대건설 회사채를 매입하게 된다.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8월중에 채권단이 정전명예회장의 주식을 인수할 것”이라고 말해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실정이다.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상선(23.9%, 1230억원 규모)과 현대중공업(6.9%, 2100억원 규모)의 지분은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처리하게 된다.

외환은행 김경림(金璟林)행장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교환가격을 각각 4만원과 5000원으로 해 해외금융기관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어 빠르면 9월, 늦어도 10월중에 매각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행장은 매각협상이 결렬될 경우 채권단이 인수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라크 공사대금〓현대건설이 이라크에 공사를 하고 받지 못한 대금은 9억달러 가량. 이중 이라크정부가 대금지급을 보장하고 발행한 약속어음은 4억5000만달러이며 현대건설은 이를 아랍계 은행에 1억2000만달러(약 1330억원)에 할인해 매각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측은 “이미 양쪽 합의 문서를 확인했기 때문에 연내에 이 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중 2000만달러가 8월중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부동산과 미수자산 회수〓외환은행 채권단은 “현대건설측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분당하이페리온 청남컨트리클럽 한남동하이페리온 등 미수대금 2149억원을 받기 위해서는 싼 값에 팔든지 분양업자에게 매각하든지 강수를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도 “오랜 시간 해법을 찾지 못한 미수금 문제가 4∼5개월 만에 처리될지는 ‘두고봐야 할’ 사안”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현대석유화학 현대정유 등 비상장기업의 처분에 대해 김재수(金在洙)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13일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주식과 전환사채(CB) 처분을 외환은행과 상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박현진·김승련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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