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경영진 퇴출 1551억 신규 지원

  • 입력 2000년 7월 21일 23시 04분


워크아웃기업 중 올들어 처음으로 ㈜우방 채권단이 이순목(李淳牧) 회장 등 경영진을 퇴진시키기로 하고 이를 조건으로 신규자금 155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경영진 퇴진요구는 워크아웃 기업 처리방식에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음주로 예정된 미주실업 채권단회의에서 논의될 박상희(朴相熙) 미주그룹회장(중소기협중앙회장)의 퇴진문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서울 주택은행 등 우방 채권단은 21일 오후 서울은행 본점에서 22개 채권 금융기관이 참석한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를 열어 우방에 대한 신규자금 1551억원의 지원안을 75.66%의 찬성으로 간신히 통과시켰다. 채권단은 회사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이순목우방그룹회장(한국주택협회장) 등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기로 하고 다음주 중 퇴진범위 등을 결정키로 했다.

채권단은 신규자금 중 운전자금 444억원을 1차적으로 지원하고 채권단 대출상환용 774억원 등 나머지 금액은 실사를 거친 뒤 우방의 정상영업 가능성을 보아가며 지원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매일 돌아오는 어음을 은행 긴급자금을 받아 넘겨왔던 우방은 일단 자금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날 채권단회의에서 전날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경남은행이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지원안건이 통과됐으나 국민 한빛 평화은행은 전날과 같이 “향후 회생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또 반대표를 던졌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진 퇴진을 결정한 것은 환영할 만 하지만 자금수요가 많은 건설업의 특성상 언제까지 채권단이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역시 은행 자율적으로 워크아웃 기업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한편 신규자금지원 등 2차 채무조정을 요구해온 미주실업에 대해 서울은행 등 채권은행단은 다음주에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자금지원과 함께 박상희 회장의 퇴진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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