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금-제주은행 합병 무산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41분


제주은행과 중앙종금의 합병 계획이 무산됐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20일 “제주은행이 중앙종금측과의 합병계획을 철회하기로 하고 합병 양해각서(MOU) 해지를 중앙종금에 통보하는 한편 이를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중앙종금 관계자도 “김석기 중앙종금회장과 강중홍 제주은행장이 최근 만나 합병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합병이 무산된 것은 중앙종금이 제주은행에 합병을 전제로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던 계획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측은 당초 6월말까지 합병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 데다 합병의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홀로 서기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제주은행과 중앙종금은 각각 독자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은행은 재일동포 자금을 유치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제주은행이 홀로 서기 위해서는 1000억원 정도의 증자가 필요한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외자유치 등 다각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추진 중에 있어 독자생존에 문제가 없다며 금융지주회사 편입은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앙종금은 김회장의 개인재산 출자 등 500억∼600억원대의 증자를 통해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금감원은 중앙종금 정상화에 1000억원은 있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앙종금은 최근 금감원의 자산 부채 실사결과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8%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구책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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