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 2년만에 워크아웃졸업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33분


‘부채비율 1762%에서 66%로….’

무리한 사업 확장과 무분별한 계열사 지급보증 등 국내 기업들의 고질적 문제를 고스란히 안은 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라는 ‘중환자실’에 들어갔던 아남반도체가 2년만에 회생했다.

조흥은행 등 16개 채권금융기관은 18일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부채비율이 66%인데다 올해말 당기순이익이 3800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경영이 정상화한 것으로 판단, 워크아웃 졸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아남반도체의 졸업은 최근 워크아웃 비난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워크아웃의 성공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워크아웃 성공 요인〓아남반도체는 97년 공장 증설에 무리한 투자를 하고 계열사가 부실화되면서 2조5000억원의 금융권 부채를 안고 98년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렸던 아남반도체가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철저한 자구 계획의 이행이었다. 아남반도체는 심지어 자구 계획에 없던 패키지공장 3개를 추가로 매각하는 강수를 뒀다. 자구 계획에는 칩을 가공하는 패키지공장 중 한 곳을 매각하기로 했으나 부채 해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들자 지난해말 추가로 3개 공장을 매각, 총 1조8000억원을 마련한 것.

이와 함께 2500억원에 이르는 채권단의 과감한 출자 전환도 한 몫을 했다. 결국 채권단의 ‘힘든’ 결정은 수천억원대의 주식 평가이익이 되어 돌아왔다. 조흥은행의 경우 주가가 1만4350원(14일 종가 기준)이 되자 4000억원대의 평가익을 실현하게 된 것. 또 99년 반도체의 경기가 살아나는 운도 작용해 당초 1억5000만달러를 출자 전환하기로 했던 미국의 ATI사가 올해 추가로 2억 달러를 출자 전환하기로 한 것도 졸업에 크게 작용했다.

▽워크아웃에 던지는 시사점〓아남반도체도 다른 워크아웃플랜에서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수차례 겪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넘겼다. 가장 큰 고비는 지난해 5월 아남반도체 광주공장 매각건이 채권단협의회에서 채권은행들의 이기주의에 의해 부결된 것. 당시 경영관리단과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반대 은행을 수차례 오가며 채권은행들로부터 한발씩 양보를 끌어내 위기를 넘겼다. 또 경영관리단이 자금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아남반도체 기존 경영진의 반발이 적지 않았으나 채권은행은 이를 강력히 밀어붙여 워크아웃 플랜을 추진했다.

아남반도체 이동윤경영관리단장은 “워크아웃은 각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얼마나 잘 조율하고 기존 경영진의 반발을 효율적으로 무마하는데 관건이 달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기업구조조정위원회의 이성규국장은 “아남반도체는 김주진아남반도체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ATI사가 아남반도체 지분에 참여하면서 쉽게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문제는 현재 남아 있는 덩치 큰 워크아웃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아남반도체의 재무 경영지표 비교
98년10월구분/시기2000년6월
2조8900억원부채총액8000억원
1762%부채비율66%
2조2200억원(6700억원)총차입금(보증채무)2700억원(400억원)
1645억원자본금(총계기준)1조2400억원
3600원주가1만4000원대
2조2000억원총매출액6000억원(연말기준)
-1600억원당기순이익+38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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