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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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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우리 사회는 경제 사회 문화 여가 생활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조건부 수용의 배경〓재계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주 5일 근무를 채택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격주 토요휴무제 등 부분적인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도 배경이 됐다. 이에 따라 경제여건으로는 ‘시기상조’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기 때문에 조건부 수용이라는 카드를 내놓고 협상의 이니셔티브를 잡자는 것.
사실 경총이 이날 내건 7개항의 전제조건 중에는 노동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앞으로 협상에서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계가 이날 즉각적인 반박 성명을 발표한 것도 향후 협상의 어려움을 짐작케 한다.
▽향후 협상 전망〓노동계의 요구는 ‘임금 삭감 없는 실근로시간 단축으로 고용창출과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것.
반면 경총의 전제조건은 △유급 월차유가 및 생리휴가의 폐지 △초과근로 할증률 인하 △연차 유급휴가 제도 개선 △일요일 유급 휴무의 무급화 △근로시간제의 탄력적 운용 △변형근로시간제 확대 △근로시간 단축의 업종별 차별화를 위한 유예기간 설정 등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경총의 발표는 근로기준법을 개악하고 주 5일 근무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으로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노동자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재계는 실근로시간을 줄이지 않고 법정근로시간만 줄이는 경우 초과근무수당 지출로 인한 임금인상 효과가 14.4%에 이른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큰 중소기업들은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는다며 반발하는 상태이다.
재계는 노동계의 요구대로 우리나라가 장시간 근로로 인해 산재가 많고 근로자의 삶의 질이 떨어졌다면 휴일 휴가와 시간외근무를 줄여 실근로시간을 줄이면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선진국의 예를 따라가려면 과거 ‘저임금 시대’에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들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제시한 7개항의 조건은 이 같은 재계 요구를 대부분 포함한 셈이다.
▼'주5일근무' 도입땐?▼
▽주 5일 근무의 파급효과〓실제로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우리사회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대한 변화를 겪게 된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재계가 노동계가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주 5일 근무의 대세’를 인정했다는 사실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가장 먼저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40여년에 걸친 ‘개발과 발전,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자기희생의 시대’를 마감하고 본격적으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로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미치는 영향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생활패턴에 일대 변화가 오리라는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레저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여기에 병행해 학생들의 ‘주 5일 등교’도 곧바로 논의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 5일 근무제를 채택한 나라들은 대부분 학교도 주 5일만 수업을 하고 있다.
<구자룡·정위용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