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조동길부회장, M&A직전 자사주 매집논란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59분


기업간 대형 인수합병(M&A) 발표를 앞두고 합병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대주주 및 임원들의 해당기업 주식매집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증권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내부자거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솔제지 조동길(趙東吉)부회장이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발표 직전 자기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사실이 11일 밝혀졌다.

한솔엠닷컴 주식 1133만여주(7.23%)를 갖고 있는 한솔제지는 한솔엠닷컴이 인수합병돼 주가가 급등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꼽히는 업체. 이에 따라 조부회장이 한솔엠닷컴 M&A에 관한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조부회장은 한솔제지 보유주식 수가 작년 12월29일 37만841주(0.83%)에서 10일 현재 109만841주(2.45%)로 72만주(1.62%) 증가했다고 지분변동 신고했다. 조부회장은 지난달 26일 45만주, 29일 4만주, 30일 5만주, 31일 5만7580주에 이어 이달 1일에도 12만2420주를 매수했다. 여기에 들어간 돈은 총 32억8300만원 가량으로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4560원. 한솔제지의 9일 종가는 6010원으로 조부회장은 주당 1450원씩, 단기간에 1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거둔 셈이다.

조부회장측은 “작년말 1만7000원대이던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해 최고경영자가 앞장서 주식을 사들인 것”이라고 해명. 그러나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한솔제지 조부회장이 한솔엠닷컴 M&A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내부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할 생각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LG그룹 구본무(具本茂)회장, LG칼텍스정유 허동수(許東秀)대표 등 LG 대주주 일가가 LG정보통신과의 합병을 발표하기 전 약 2000억원을 들여 LG전자 주식 6%(특수관계인 포함) 가량을 집중 매입한 것으로 밝혀져 증권거래소가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또 중앙종금 2대 주주이자 주식 및 채권투자 전문업체인 코리아캐피털도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중앙종금 지분 79만여주를 매입했다고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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