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 원인과 전망]수출 둔화-외채상환 부담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7분


현대사태로 금융시장이 어수선한 터에 외환위기 이후 견실한 흑자기조를 유지해온 경상수지까지 4월 적자로 반전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 균열의 조짐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실물의 펀더멘털은 좋다라며 반박해왔다. 이제는 실물마저도 안심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적자의 원인은 경기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크게 앞질렀기 때문. 정부와 한국은행은 적자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국제수지 흑자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성장 속도의 조절을 포함해 경제운용 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있다.

▽왜 적자로 돌아섰나〓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항목인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가운데 투자소득이나 이자지급과 관련된 소득수지가 8억4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4월에 대규모 외채 상환을 하면서 8억80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한 영향이 컸다.

수출증가율이 계속 낮아져 상품수지 흑자폭이 감소한 것도 적자를 초래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동차업체의 파업으로 2억달러 가량의 수출손실이 발생한데다 총선으로 인해 조업일수가 줄면서 통관기준 수출증가율은 전월의 23.9%에서 18.2%로 크게 떨어졌다.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자본수지는 27억2000만달러의 유입초과를 기록했지만 순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1억4000만달러 순유출됐다. 기업 및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하고 현대그룹 위기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지면 대외신인도 하락과 외국자본 연쇄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 정부도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29일 기존에 마련한 경상수지 종합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방침임을 재천명했다.

▽향후 전망〓 재정경제부는 4월에 외채이자 지급이 집중된 계절적 요인 탓에 경상수지가 나빠졌지만 올해 상반기 전체로는 30억∼40억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재경부 권오규(權五奎)경제정책국장은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돼 수입 쪽의 부담이 줄어든데다 통상 6월에는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수출물량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흑자폭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5월의 경우 27일까지 무역수지가 2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중이며 월말 ‘밀어내기 수출’ 효과까지 감안하면 이달에만 상품수지는 최소 15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것.

한은도 4월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한은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소득수지 적자폭 확대에 따른 일시적인 적자”라며 “환율이 수출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증시침체로 설비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입증가율도 둔화될 것으로 보여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근본 처방이 나와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주 원인이 내수팽창에 따른 수입급증에 있는 만큼 재정긴축 등을 통해 경제 성장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재·박현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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