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살아야 한국경제 산다＂…경영자 3人의 辯

인터넷관련주식 주가급락으로 벤처열풍이 한풀 꺽이면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의 냉대로 속앓이를 해야 했던 제조업,즉 오프라인업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는 것은 역시 제조업”이라며 모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조업 CEO들도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 업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온라인과의 협력없이는 제조업의 재도약이 어렵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온라온업종에 대한 과대평가는 한국경제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게 제조업 CEO의 우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병익 기업경영팀장은 “E-비지니스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제조업을 전제로 한다”며 “요즘 벤처기업이 제조업을 찾아가 전략적 제휴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산업의 기반이 제조업임을 확인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업종 CEO들은 제조업의 변신노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한국 제조업이 그동안 과잉투자와 과잉인력으로 조직비대화, 다단계 의사결정구조 등으로 경쟁력을 상당부분 상실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도 벤처기업의 장점인 빠른 의사결정,간소한 조직 등을 최대한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온라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중화학공업 경공업 무역업 등 한국경제를 전통적인 한국 주요 오프라인 업종의 CEO 3명으로부터 ‘오프라인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이해규 삼성重사장

중화학공업은 성장의 견인차이자 거대한 고용주로 역할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같은 역할에 변함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 성장모델에서는 외화가득의 일등공신은 중화학공업일 수 밖에 없다. 한국 중화학공업은 이미 국민경제,세계경제에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놓은 상황이다. E-비지니스도 이를 모체로 다양화 심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E-비지니스의 발달은 중화학공업의 발전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중화학공업도 E-비즈를 적극 수용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중화학공업 관련업체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화학공업의 경영혁신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김주형 제일제당대표

경공업부문은 온라인기업과는 생산 고용 소비측면에서 온라인업종과 비교가 안될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

온라인 기업들이 내수지향적인데 반해 경공업은 내수와 함께 수출을 통해 많은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바람으로 벤처기업에 인력과 자금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균형적인 경제발전을 저해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기업들의 거품이 빠지면서 제조업 분야로 인재 역유입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공업 등 제조업분야의 튼튼한 성장잠재력과 기반이 다시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공업부문 업체들도 온라인과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데 노력해나가고 있다.

▼정재관 현대상사사장

기존 제조업과 인터넷업체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시키기 위해서 종합상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터넷사업은 제조업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인터넷만이 무기인 벤처기업들은 얼마 못가 다 쓰러지고 만다. 오프라인 기업들도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노하우와 실물경제 기반을 인터넷과 결합시켜야 한다. 무역업체들은 실물경제에 기반을 두되 기업체질은 웹을 기반으로한 네트워크형으로 변신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잘 수행한 기업들은 살아남을 것이며 과거에 집착한 기업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현대종합상사는 올해 기업의 모든 역량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조화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