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결과 반응/정부―재계] 금융―재벌개혁 속도에 촉각

  • 입력 2000년 4월 14일 19시 08분


총선 결과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여당이 제1당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정국혼란과 경제불안이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정부의 ‘재벌개혁’ 압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여야가 안정과 개혁을 동시에 바라는 민심을 수용, 상호 협조하에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도록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와 무역협회 등도 여야가 협력해 경제의 안정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런 의례적 공식반응이 재계의 속마음을 모두 나타낸 것은 아니다. 각 그룹은 총선결과의 파급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총선 이후 경제분야 최대 과제는 2차 금융구조조정이지만 재원마련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공적자금이 소진된 상황에서 2차 구조조정에 필요한 약 40조원의 공적자금 조달이 국회동의를 얻어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 총선 과정에서 ‘국가부채’를 이슈로 삼았던 한나라당이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A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더 이상 재정적자 확대를 동반하는 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려우며 조만간 긴축기조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저금리 기조 유지도 어렵다”면서 “6대 이하 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긴축기조는 기업 및 금융부실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으로는 여당의 정국주도권이 한계를 갖게 됨에 따라 ‘재벌개혁’의 강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5대그룹 총수가 약속한 ‘5+3개혁조치’가 어느 정도 완료돼 무리한 재벌개혁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외이사 사외감사제가 잘 도입되고 있으며 소유지배문제는 상속 증여세 등 세제분야 개혁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그룹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 등 공공부문 개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2차 금융구조조정과 공기업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노사분야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경제협력은 총선 결과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방법론적 이견은 있지만 경협확대 원칙에는 찬성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현대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방북을 추진하고 삼성도 빠르면 다음달 평양에서 열릴 삼성전자 가전제품 전시회에 고위관계자들의 참석을 검토중이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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