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장기투자 '벤처펀드'株로…비상장 비등록종목 투자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비상장 비등록 ‘프리(pre)코스닥 종목’에 쏠리고 있다.

잘만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직접 투자하기는 쉽지 않고 펀드에 가입, 간접투자하는 것도 만기가 3년으로 길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이럴때는 주식시장에서 벤처펀드를 사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방법이다.

▽어떤 펀드들이 있나〓현재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벤처펀드 주식은 3종목. 작년 7월 등록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파이오니어’와 지난 17일 거래가 시작된 미래에셋 ‘벤처코스닥’, KTB자산운용의 ‘KTB벤처1’이 있다. 하지만 벤처펀드 수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원조(元祖)격인 파이오니어는 일반적인 뮤추얼펀드와는 달리 주가가 기준가보다 높은 것이 특징. 편입해놓은 프리코스닥 종목이 코스닥시장에 등록될 경우 기준가가 껑충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

프리코스닥 종목은 주식시장에서 시가(時價)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취득가격으로 펀드 기준가에 반영된다. 예컨대 어떤 펀드에서 프리코스닥 종목 A를 주당 1만원에 사놓았는데 코스닥시장에 등록될 때까지는 펀드 기준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등록 후 주당 10만원이 되면 10배의 수익이 난다는 것.

그러나 최근 등록된 벤처코스닥과 KTB벤처1은 시장상황이 워낙 나빠 주가가 기준가를 밑돌고 있다.

▽각 펀드의 프리코스닥 투자현황〓운용기간이 가장 긴 파이오니어가 역시 가장 많은 프리코스닥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펀드규모 465억원 중 10개 프리코스닥 종목에 투자해놓은 액수가 129억4000만원에 이른다.

KTB벤처1호는 459억원 가운데 61억8000만원으로 11개 종목을 샀으며, 벤처코스닥은 7억700만원을 들여 세 종목을 확보해놓고 있다.

파이오니어는 미리 사놓았던 한통하이텔, 사람과기술이 코스닥시장에 등록돼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고 KTB벤처1호도 케이엠더블유가 톡톡히 효자노릇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TB자산운용은 모회사인 미래에셋벤처캐피털, KTB가 쌓은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이들이 신규 유망종목에 투자할 때 동시에 펀드에도 해당종목을 편입시키고 있다.

▽‘묻지마 사자’는 안된다〓하지만 벤처펀드 투자에는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하나는 벤처펀드라도 상장 또는 등록주식을 상당부분 산다는 것. 따라서 요즘같은 폭락장세에서는 일반펀드보다는 덜 하겠지만 펀드의 순자산가치(NAV)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파이오니어와 벤처코스닥 펀드는 거래소 및 코스닥주식을 각각 266억원, 366억원어치 갖고 있으며 KTB벤처1호도 118억원어치의 일반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보다 큰 문제는 ‘사자’주문이 적을 경우 투자자금이 오랫동안 묶일 수밖에 없다는 점. 한국펀드평가 우재룡사장은 “분산투자 차원에서 소액을 장기간 묻어둔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