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뱅크, 美펀드서 사냥 나서… 릴츠펀드 "경영권 인수"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인터넷 포털 1세대업체인 골드뱅크의 경영권을 놓고 창업주인 김진호사장과 미국계 펀드가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는 사실상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24일 주주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계 릴츠펀드는 골드뱅크의 지분 20%를 확보해 이지오스 유신종사장을 골드뱅크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새로운 경영진을 선출하겠다는 계획이며 김진호사장측은 소액주주로부터 위임장을 넘겨받아 표대결을 벌인다는 방침.

▽릴츠펀드의 공격〓미국계 릴츠펀드는 지난주 말레이시아계 라시펀드의 지분 100%를 인수, 라시펀드가 갖고 있던 골드뱅크 지분 14.69%를 자연스럽게 인수하게 됐다. 릴츠펀드는 지난해 10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4.96%의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라시지분을 합해 총 19.65%의 지분을 가진 1대주주로 부상. 이건희삼성그룹회장의 형인 이맹희씨 장녀 이미경씨가 이 회사 아시아투자담당 이사를 맡고 있다.

이지오스 유신종사장은 “릴츠사는 골드뱅크를 아시아지역 엔터테인먼트 사업분야의 강자로 키우기 위해 우리가 제시한 새로운 경영이념을 지지한다는 것이지 적대적 M&A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방어에 나선 김진호사장〓김사장은 릴츠펀드의 공격을 ‘해외펀드와 결탁한 재벌의 무분별한 벤처사냥’으로 규정하고 소액주주 지분을 모아 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사장은 코스닥등록 후 계속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해 현재 지분이 1.80%(부인지분 포함)에 불과하지만 소액주주로부터 위임장을 넘겨받아 24%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릴츠사는 자본이득을 취하는 펀드라고 생각했지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2만4000여명의 소액주주과 함께 경영권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신종사장과는 경영이념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캐스팅 보트’는 중앙종금〓릴츠펀드와 김진호사장골드뱅크의 경영권 확보전은 중앙종금 김석기사장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 중앙종금은 5.74%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이며 릴츠펀드와 김진호사장의 지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중앙종금은 주총결과를 좌지우지하기에 충분하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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