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정기, 국내 최초 자사주 소각…5%분량 16만2000주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1분


거래소 상장기업인 새한정기가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내 최초로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기로 했다.

새한정기는 28일 “보유중인 자사주 16만2000주(발행주식의 5%)를 소각, 자본금을 줄이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밝혔다.

새한정기는 이와 함께 사명을 ‘다함이텍(DAHAAM e-TEC)’으로 바꾸고 인터넷 전자상거래 및 관련사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무선통신장치 제조업, 초단거리 구내무선통신시스템 개발사업 등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이란 상장 또는 등록기업이 사내 유보금을 재원으로 자기회사 주식을 사 없애는 것으로 남아있는 주식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단. 주식수가 줄어 물량부담이 없어지고 자사주펀드처럼 나중에 매물로 나올 염려도 없다.

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선진기업들이 종종 실시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은 아직 시도한 적이 없다. 작년 말 홍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포항제철이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무상소각을 강력히 요구받은 뒤 자사주 소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최근 삼성전자 담배인삼공사 등이 장기과제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정기는 원래 주가관리에 적극적이었던 기업. 작년 말부터 자사주 직접취득, 은행 자사주펀드 가입 등에 111억원을 쏟아부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보다 강력한 처방으로 이번에 자사주 소각을 결의하게 됐다.

이같은 움직임이 시장에 감지되면서 지난 21일 1만7400원에 머물렀던 새한정기의 주가는 28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2만6450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회사 신기득 전무는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계기관과의 최종협의 및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지난해 말 현재 부채비율을 8.4%로 낮추는 등 무차입경영을 달성, 채권자가 없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이사는 “새한정기의 자사주 소각이 주주중시 경영을 외면하는 대다수 상장기업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난해 막대한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빚을 진 회사들이 뒤따라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한정기는 국내 최대의 카오디오 제조업체로 지난해 697억원 매출에 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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