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개미군단'한국투자 붐…500만달러미만이 95%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48분


외국인 투자의 저변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 수억 달러 규모의 대형투자 위주에서 1000만달러 미만 ‘외국인 개미 투자자’들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대규모-중소규모 투자가 균형을 이루는 양태로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

그만큼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투자자들의 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개미 투자’ 활발〓산업자원부가 7일 발표한 1월중 외국인 투자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중 외국인투자(신고기준)는 302건으로 사상 처음 월간 300건을 돌파했다.

금액으로는 11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9% 증가한 데 그쳤으나 투자건수 기준으로는 작년(131건)보다 130.5%나 늘어났다.

95∼98년 외국인투자 신고건수는 월평균 100건 안팎에 그쳤으나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월간 200건을 초과하는 등 소액투자 중심으로 투자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월중 외국인투자를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규모 투자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1억달러 이상은 2건에 불과한 반면 500만달러 미만이 288건으로 전체의 95.4%나 됐다. 1000만∼1억달러는 4건, 500만∼1000만달러는 8건이었다.

이처럼 소액 투자가 늘어난 것은 외국인투자촉진법 제정, 외국인투자지원센터 설립 등 한국의 외국인 투자유치 노력이 외국인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케이만 군도’를 아시나요〓투자 저변이 확대되면서 종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기법을 동원한 투자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세회피 지역(tax-haven)’을 통한 우회투자.

아남반도체에 8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ATI사의 경우 미국에 있는 본사를 놔두고 케이만 군도라는 생소한 섬 지역을 통해 돈을 들여오는 형식을 취했다. 케이만 군도는 미국 플로리다 앞바다에 위치한 작은 섬. 주변에 있는 버뮤다 바하마 섬 등과 함께 조세회피지역으로 각광받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법인의 설립이 자유로워 세금을 피하려는 다국적기업들이 ‘형식상’ 본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ATI는 이 방식으로 한국에 투자하면서 상당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케이만 군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 자본의 적잖은 부분은 이같은 방식에 의한 우회투자인 것으로 산자부는 분석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대외 투자 노하우에 밝은 다국적기업들에 의한 ‘케이만 군도식’ 투자가 앞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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