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조명 "세계에서 가장 오래가는 전구 만듭니다"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14분


“세상에서 가장 오래 가는 빛, 우리가 만듭니다.”

“세계의 금융시장을 선도해 온 월스트리트. 30년간 낮보다 더욱 밝은 월스트리트의 밤을 밝혀온 우리의 이름, 우리의 기술이 있습니다.”

신문과 지하철 등에서 간혹 만날 수 있는 ‘우리조명’의 광고 문구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세계’ ‘제일’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이름조차 잘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회사의 도전적인 광고에 고개를 갸웃하지만 이 회사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서 생산되는 우리조명의 전구는 수십 개 나라의 유명 거리와 건물을 환히 비추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샹들리에의 장식용 전구로 우리조명 제품을 찾는다.

세계 3대 조명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 오스람사는 모두 우리조명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받아 쓴다. 이같은 성공의 뒤에는 67년 회사 설립 후 한우물 경영을 해온 고집이 있다.

이 고집은 창업자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를 승계한 윤철주(尹喆柱·47)사장이 2대째 지키고 있다.

우리조명의 기술력을 말해주는 사례 한 가지. 필립스사가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공급자 테스트에서 이 회사는 늘 100점 만점에 98∼99점을 받는 최우등생이다. 전례 없는 고득점에 필립스측도 놀랐다고 한다.

우리조명의 대표 브랜드는 ‘장수램프’. 최고 수명 16000시간을 자랑한다. 이밖에 반사형 전구, 크립톤 가스를 이용한 고효율 제품도 개발했다.

조명제품의 품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코일에 대한 자체 설계기술과 제조기술도 갖추고 있다.

우리조명은 특히 까다로운 품질 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전구 1개가 출고되기 까지 무려 300여 가지의 품질 검사를 통과해야 G한다.

이 회사 직원들은 윤사장을 ‘바보같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간단한 부품 하나도 직접 만들지 않으면 품질을 믿을 수 없다”며 납품업체에 맡기지 않고 일일이 만드는 윤사장의 우직한 면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런 ‘황소같은’ 꾸준함은 재작년 IMF 한파 때 그 진가를 발휘했다. 다른 조명업체들이 극심한 경영환경 악화로 신음할 때 우리조명은 3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며 여유를 보였다.

수출위주의 영업전략을 펼쳐온 우리조명은 96년말부터 국내에 눈을 돌리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40억원. 경상이익은 10%선인 45억원이다. 부채비율 135%로 어느 대기업 못지 않은 견실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덕분에 이 회사 직원들은 재벌그룹 직원 못지 않은 급여와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

다른 회사가 월급을 깎을 때 오히려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이직이 심한 중소기업 풍토에서 10∼20년된 ‘장수 직원’이 많은 것도 강점이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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