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價-원貨가치 함께 간다…주가-환율 연계성 높아져

  • 입력 2000년 1월 12일 00시 13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주가가 오르면 환율이 떨어지고(원화가치 상승) 주가가 내리면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는 ‘주가-환율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각각 상대방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과거에도 종종 나타났지만 작년 4월 외환거래 자유화조치를 고비로 환율과 주가의 연계성이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

4일 달러당 1122.50원으로 새해 첫거래를 마친 환율은 종합주가지수가 70포인트 이상 폭락한 5일 1135.00원으로 치솟은데 이어 6일 35포인트의 주가 급락과 보조를 맞춰 1146.60원으로 뛰었다.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간 7일 장중 한때 1156원선까지 급상승했던 환율은 10일 미국 증시회복에 힘입어 국내 주가가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1133.90원으로 다시 내렸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며칠간의 원-달러환율 추이에 대해 “실제 수급상황과는 무관하게 주가폭락에 따라 외국인 주식매각대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가능성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 확보한 원화를 본국에 송금하기 위해 달러로 바꾸려할 경우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예측이 퍼지면서 일부 외국계 환투기세력까지 달러 사들이기에 나섰다는 것.

국책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국내 주가가 미국 주식시장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외환수급을 담당하는 정부 당국자도 미국 주가를 의식해야 하는 셈”이라며 “당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가 하락→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국내 주가폭락→원-달러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의 사이클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보편적인 모형으로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

씨티은행 최정혁차장은 “이미 자본이동의 국가간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진 상태인 만큼 개인 투자자들도 평소 미국을 포함한 국제 금융시장의 동향에 신경을 쓰면서 관련지표를 유심히 관찰하는 자세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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