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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8월 16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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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은 앞으로 월별 또는 분기별로 대우측 구조조정 이행실적을 점검해 부진하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계열사별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또는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제일은행 등 13개 대우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은 16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제일은행 본점에서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대우구조조정전담팀이 마련한 구조조정 방안을 승인했다.
채권단은 조만간 대우 11개 계열사 사장과 6개 은행장 등의 서명을 받아 이같은 내용의 수정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대우그룹은 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판매 대우캐피탈 대우통신 자동차부품부문 등 자동차관련 4개사와 해외 자동차법인의 관리를 맡을 ㈜대우 무역부문, 대우중공업 기계부문 등 6개사로 이뤄진 자동차전문 소그룹으로 축소 재편된다.
▽계열사의 운명은〓구조조정안에 따르면 대우그룹은 △대우증권 △서울투신운용 △대우전자 △대우통신 전자교환기(TDX)부문 △경남기업 등을 올해안에 분리 매각해야 한다.
또 △㈜대우 건설부문은 올해안에 무역부문과 분리한 뒤 내년중에 매각하고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은 연내 계열분리해 외자유치 또는 매각을 추진하며 △대우개발은 일단 대우자동차와 합병한 후 분할 매각하기로 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대우증권을 매각키로 한 것. 채권단은 3·4분기(7∼9월)중 ‘선인수 후정산’방식으로 대우증권 지분을 인수한 뒤 올해안에 팔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팔릴만한 회사를 매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더이상 매각작업을 대우에 맡기지 않고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뜻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GM과의 전략적 제휴 추진결과에 따라 계열의 존속여부를 판단할 예정. 제일은행 이호근(李好根)상무는 “자동차의 경우 대우그룹측에서 경영권까지도 GM측에 양도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과거보다 협상이 잘 진척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 건설부문은 당장 매각대상이 될 경우 국내외 수주에 타격을 입고 아파트 청약 해제가 뒤따를 것을 감안해 매각 대신 계열분리를 선택했다.
구조조정이 완결되면 대우그룹은 △총자산 56조원 △자기자본 23조원 △총부채 33조원△부채비율 196%(자산재평가시 146%)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다.
▽약속이행의 실효성 확보〓채권단이 중점을 둔 부분은 대우측이 구조조정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제재수단 확보. 이는 대우 경영진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하는 ‘퇴로차단’의 성격이 강하다.
채권단은 재무약정에 분리매각 등 각 계열사별 처리방향 외에 구체적인 매각일정과 시한을 명시하기로 했다. 제일 한빛 산업 조흥 외환 서울 등 6개 은행이 계열사를 3∼7개씩 분담해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대우측이 이를 지키지 못하면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부터 담보처분권을 행사해 매각작업을 주도할 방침. 채권단은 계열 전체의 이행실적이 부진해 제재대상으로 판정되면 계열사별 상황에 따라 즉시 워크아웃이나 회사정리절차에 회부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계열 전체의 약정이행은 3·4분기 실적을 10월15일까지, 4·4분기는 내년 1월15일까지 △부채비율 △계열사정리 △자산매각 △외자유치 등 4개항목을 점검하게 된다.
그러나 대우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제한된 시간에 제값을 받아내야 하는’ 부담이 남아 있어 완전 이행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특히 분리 매각방침이 확정된계열사의경우거래선의 이탈과 임직원의 동요 등으로 경영에 극심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박원재·신치영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