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증권 환매/투신-증권사분위기]『며칠 더 보자』

  • 입력 1999년 8월 13일 19시 11분


12일 정부의 갑작스러운 투신대책 발표에 따라 13일 오전중 혼란스러웠던 투신 증권사들은 오후들어 평온을 되찾은 모습.

이날 투신사 창구엔 수익증권 환매요령을 묻는 문의전화는 쇄도했으나 정작 환매요청은 많지 않았다. 신청을 해도 다음주에나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며칠 두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창구직원들은 풀이.

다만 예상과 달리 만기가 정해진 공사채형 수익증권보다는 수시입출금식의 단기성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인출여부를 둘러싸고 고객과 실랑이가 많이 벌어졌다.

○…삼성증권 서울 여의도지점에는 아파트 중도금을 내기 위해 MMF에서 1억원을 찾으려던 김종두씨(66)가 증권사의 출금거부로 직원과 서너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울상이 되어 돌아갔다.

김씨는 “필요할 때 찾아쓰기 위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수시입출금식에 돈을 넣었는데 왜 돈을 내주지 않느냐”며 “중도금을 내지 못하면 계약금마저 떼이게 된다”고 호소.

그러나 증권사측은 “펀드별 대우채권편입비율이 아직 나오지 않아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며 준비성이 부족한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 …서울 여의도 한국투신 본점 영업부에서는 50대 부부가 10여개의 수익증권 통장을 바닥에 내던지며 투신사 직원들의 해명에도 아랑곳없이 격렬히 항의.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가입한 펀드에 대우채권이 의외로 많이 편입된 것으로 드러나자 원금보장이 불확실하다고 느낀 듯 극도로 신경이 곤두선 모습.

○ …투신사들은 낮 12시경 영업점에 펀드별 대우채권편입비율 자료를 배포하고 대우채권이 편입된 일부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제외한 수익증권의 환매요구에 응해 출금까지 해주는 등 정상 영업을 시작.

한국 대한투신의 경우 오전까지만 해도 수익증권 환매시 금액 등을 묻는 고객들의 문의에 답변을 해주지 못했으나 오후엔 펀드별 대우채권편입비율을 가르쳐주고 조기환매에 따른 불이익 등을 설명.

투신사측은 “대우채권이 조금이라도 편입된 공사채형 펀드의 경우 기준가격산정 등 정부방침에 따른 전산프로그램 등 후속조치가 필요해 16일경부터 지급이 가능하다”고 공고.

〈송평인·김홍중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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