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分家」 가속화…정주영회장 『2세지분 신속정리』

입력 1998-12-06 19:59수정 2009-09-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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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회장은 나로서 끝이다. 나 이후에 현대가 그룹으로 존속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현대그룹의 오너인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은 얼마전 측근들에게 이렇게 천명하고 “2세들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분을 빨리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팔순 나이지만 아직도 그룹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왕(王)회장(정주영회장의 별칭)’의 엄명에 따라 현대그룹의 분화작업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로 현대가 최근 자동차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이고 있는 급박한 움직임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룹내에선 2000년쯤에 가면 현대는 완전히 ‘핵분열’해 지금같은 그룹의 형체가 없어지고 소그룹의 느슨한 연합체제로 변모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3일 자동차 부문 경영권 변화를 발표하면서 그룹의 소그룹별 분리 방침을 강조했다. 자동차 사업을 그룹에서 분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건설 전자 금융 중화학 등 나머지 핵심 업종도 독립경영체제로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대측의 이런 태도는 두가지 포석으로 풀이된다. 첫번째는 정부의 구조조정 주문에 대해 현대가 적극 화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계산이다.

또 한편으로는 ‘분가 시나리오’의 본격 실행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 그룹내에서는 정부의 재벌분리 정책에 대해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정부가 ‘멍석’을 깔아줬다”고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때마침 2세 형제들간에 재산분할을 해야 할 시기와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자동차 부문을 포함해 전자와 건설(정몽헌) 서비스(몽근,금강개발) 중화학(몽준,현대중공업) 등 5개 핵심사업 부문의 정리가 끝났고 현대해상화재(몽윤) 현대종합금융(몽일)도 이미 구획정리가 돼 있다. 특히 금강개발과 현대해상화재는 내년초 분리독립이 예정돼 있는 상태.

왕회장이 지시한 지분정리는 이미 올들어 조금씩 진행돼 왔다. 정몽구회장은 자기몫인 현대정공과 인천제철의 소유지분을 대폭 늘렸고 몽헌회장은 종합상사의 지분 10%를 새로 확보했다. 반면 정명예회장은 현대전자와 고려산업개발 등의 소유주식을 처분하는 등 소유지분을 계속 정리하고 있다.

현대 내부에서는 “내년에는 정주영회장이 아산재단 등을 통해 갖고 있는 지분을 대폭 정리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분할 구도가 좀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현대의 분리가 이뤄지면 이는 국내 대그룹 사상 초유의 ‘자발적인 그룹 해체’가 된다. 과거 삼성이 신세계 한솔 제일제당 등을 독립시켰지만 이는 그룹의 ‘파이 한조각’을 떼내 준 것에 불과했을 뿐 삼성 그룹 자체는 유지됐다.

현대의 분가 작업은 우리 재계에서 전례 없는 실험이 될 듯하다. 현대의 분가(分家)향배에 재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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