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자민련,기업구조조정특별법 조율 난항

  • 입력 1998년 10월 22일 19시 25분


기업구조조정의 화두(話頭)로 떠오른 구조조정촉진 특별법 제정에 대해 정부 재계 정치권의 입장이 각각 달라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일 내놓은 구조조정촉진 특별법안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의 부담을 크게 덜어달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일부의 부담은 덜어주겠지만 부실기업의 손실부담(로스 셰어링)원칙과 경제정의에 어긋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기업구조조정특별법안과 자유민주연합이 마련한 법안은 초점이 다소 다르다. 기업구조조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법적인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 등 경제장관들과 5대 재벌은 22일 저녁 4차 정재계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해 조율을 시도했지만 서로 만족할 만한 답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재계 요구〓재계가 이날 정부에 전달한 특별법안은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발전설비 정유 석유화학 등 7개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의 가닥이 잡힌 만큼 요구할 것은 모두 요구하겠다는 뜻이 짙게 깔려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실제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둔 법안이다. 구조조정의 제약요인을 개별 사안별로 처리할 경우 시의성 문제가 대두된다”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은 △주식매수청구권 제한 △소수주주 권한행사 제한 △강제퇴출시 계열사지원 문제 △채무보증 및 고용승계 기준 완화 △세제 지원 등으로 기업들이 구조조정 추진과 관련해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들이다.

▼냉정한 정부〓고위 관계자들은 특별법안 검토의사를 밝히면서도 “실제로는 특별법 제정이 곤란해 개별법에서 수용할 것은 수용하겠다”고 다소 유연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세부내용에 대한 실무진의 반대는 훨씬 강경하다.

재정경제부 세제실 관계자는 “재계가 요구하는 것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특히 일부 요구조항은 경제정의에 반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세를 연기해주고 세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세법개정안에 이미 반영한 부분을 아예 면제하거나 과세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 수위를 한껏 높인 것들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이 면제해주는 채무 및 주식양수도에 대한 비과세 요구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주식매수청구권 제한 요구의 경우 채권자의 권리에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실무자들은 또 부가세 감면과 주주의 의제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요구는 구조조정 과정의 손실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이를 국민에게 모두 떠넘기겠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결합시 합병비율 선정방식 △외자유치 지원 △대출금 출자전환시 경영권 유지 등 일부 요구는 수용할 수 있다고 보고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제3의 주장〓KDI측 특별법안은 회사정리 기간을 단축하고 워크아웃의 분쟁소지를 없애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행 회사정리법에 따르면 정리기간이 2년이나 걸리고 워크아웃은 사적인 계약으로 추후 채권자 주주 기업간의 분쟁 소지가 높다는 것.

한편 전경련측 법안에 대해 강영재(姜泳在)KDI연구위원은 “재계가 요구하는 내용들은 구조조정의 걸림돌 제거보다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벌총수 등 대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KIET) 온기운(溫基云)동향분석팀장도 “정부는 손실부담원칙을 무시하고 기존 주주에게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특별법안을 제정하거나 개별법을 손질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박현진·정재균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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