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모범생」가산전자 부도…컴퓨터업계 큰 충격

  • 입력 1998년 10월 9일 07시 25분


국내의 대표적 정보통신분야 벤처기업인 가산전자(대표 오봉환·吳奉桓)가 IMF체제하의 연쇄부도 파고를 넘기지 못하고 끝내 무너졌다.

가산전자는 8일 한미은행 안양지점에 돌아온 어음 6억원 등 8억7천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90년 창업한 가산전자는 컴퓨터 그래픽분야와 멀티미디어카드 분야만을 파온 ‘한우물형 벤처기업’으로 이 분야에서는 세계 첨단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창업이래 해마다 100% 이상 고속성장해 지난해 매출액이 3백8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초로 PC에서 자연색을 표현하는 그래픽 카드를 만들었으며 △3차원 입체그래픽카드 △윈도용 초고속 그래픽 카드 △통합형 멀티미디어 카드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미국 컴덱스와 독일 하노바 메세 등 외국의 정보통신 전시회에 참가해 외국PC업체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으며 컴팩컴퓨터 AST 등에 관련제품을 수출했다.

지난달 29일 부도를 낸 두인전자에 이어 가산전자마저 부도로 쓰러짐으로써 우리나라는 멀티미디어 제품 분야의 쌍두마차를 모두 잃었다.

가산전자는 96년 9월 코스닥(주식 장외시장)에 주식을 상장해 IMF이전까지만 해도 평균 3만∼4만원대의 높은 주가를 형성했다.

그러나 IMF체제 이후 국내 PC업체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바람에 1백억원대 이상의 부실채권을 안는 등 큰 타격을 입었고 재즈멀티미디어사를 통해 추진해온 수출마저 막혀 자금압박에 시달려왔다.

관련업계는 가산전자의 부도를 ‘국내 컴퓨터 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신호탄’이라고 할만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술력이 뛰어나고 탄탄한 기반을 갖춘 가산전자마저 버티지 못할 정도로 컴퓨터 산업기반이 극도로 취약해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