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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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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과 불법행위〓금융감독위원회가 부실은행 처리방침을 공식발표한 29일 인수은행들은 퇴출은행들에 인수팀을 투입했지만 피인수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방해로 인수작업이 벽에 부닥쳤다.
특히 충청은행 직원들은 자신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5백억원을 일방적으로 빼내 개개인 통장에 입금하는 범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금융감독위 관계자가 이날 밝혔다.
또 경기은행 직원들은 전산시스템의 비밀번호(패스워드)를 모두 바꿔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의 퇴출은행들도 이날 전산망의 전원을 끊은 채 출근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고객 피해〓이에 따라 예금입출금과 기업당좌거래 및 외환거래 등 정상적인 은행업무가 전면 마비됐으며 재산세 전기료 등 월말에 내야할 각종 공과금을 내지 못한 고객들이 엉뚱하게 연체자로 몰리는 등 고객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또 결제를 위해 퇴출기업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제시했으나 이를 거부하는 은행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의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동화은행과 당좌거래를 해온 한 중소기업 사장은 “오늘 돈을 입금하지 못하면 1차부도가 난다”며 “전산망이 끊겨 입금조차 안된다니 이럴 수 있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정부 대책〓재정경제부 금감위 예금보험공사 등은 이날 금융시장 비상안정대책을 마련, 5개 은행의 퇴출 부작용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의 자금을 무제한으로 풀어 퇴출은행과 거래해온 기업에 대한 대출을 특례로 보장해주기로 했다.
또 피인수은행의 전산실 작동 불능으로 어음 및 수표결제 업무가 중단되면 정상화 때까지 이들 수표 및 어음의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예금인출사태 확산 등으로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이 심각해질 경우에 대비, 한은의 긴급 특별융자도 검토중이다.
▼인수작업 전망〓인수은행 관계자들은 국민 주택 하나 한미은행 등의 인수팀이 이날 가까스로 퇴출은행 영업점에 들어갔으나 퇴출은행측의 조직적 방해로 인수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인수은행 관계자는 “전산망을 복구하려면 전문가라도 1주일 정도 걸리는데다 원활한 입출금업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퇴출은행 직원들의 협조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정상업무가 언제 재개될 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실처리 공식발표〓이날 금감위는 대동 등 5개 은행을 퇴출대상으로 확정하고 재정경제부에 은행업 인가 취소를 요청했으며 재경부는 7월중 인가를 취소키로 했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이날 12개 부실은행 처리방침을 발표한 뒤 퇴출은행의 고용승계와 관련,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대리급 이하 실무직원들은 대부분 큰 불이익 없이 인수은행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움직임〓한국노총산하 금융노련과 민주노총의 민주금융은 이날 퇴출은행 노조에 ‘업무 인계를 거부하고 노사정위원회에서 재논의가 있을 때까지 비폭력 불복종운동을 전개하라’는 투쟁방침을 시달했다. 이들은 △퇴출은행 결정 철회 △노사정위원회내 금융산업구조조정특별위원회 설치 △고용안정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7월15일부터 전국 은행사업장에서 연대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김상철·이강운기자〉sc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