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생부」 있나?없나?…정치권,존재여부 공방

  • 입력 1998년 5월 13일 19시 29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0일 ‘국민과의 TV대화’에서 밝힌 ‘부실기업 퇴출’방침이 ‘살생부(殺生簿)’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김대통령의 발언을 처음부터 문제삼았던 한나라당은 13일에는 파상공세에 나섰다.

조순(趙淳)총재는 선거대책회의에서 “시장경제에 정부가 간섭하면서 시장경제를 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모순이며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는 절대로 경제회생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을 골라 살생하려 하다니 기준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정부”라며 ‘살생부’의 존재를 기정 사실화하면서 대통령과 정부를 맹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부실기업 퇴출’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부가 나서서 ‘살생부 기준’을 발표하고 ‘부실판정위원회’까지 만드는 것은 ‘경제적 부작용’과 ‘정치적 의혹’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측은 대통령 발언 이후 재계가 외자 유치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고 증시는 기록적으로 폭락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달 말까지’라는 퇴출결정시한도 ‘6·4’지방선거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접 표현은 삼갔지만 정부여당이 지방선거에서 돈을 끌어쓰기 위해 ‘살생부’를 만들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야당의 가파른 공세가 계속되자 여권도 반격에 나섰다.

국민회의측은 “구조조정은 기업과 은행이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고 정부가 ‘난도질’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가 개입하면 경영까지 책임져야 하는데다 정경유착의 오해까지 살 수 있는데 왜 그런 일을 하겠느냐는 반박논리도 제시했다.

특히 ‘살생부’와 관련해 김원길(金元吉)국민회의정책위의장은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된다”며 “부실기업의 퇴출에 정부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달말까지’라는 시한은 원래 6월말까지로 돼 있던 부실기업에 대한 정리작업을 한달 앞당기겠다는 점을 밝힌 것일뿐”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음을 강조했다.

〈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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