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약정」제출]시한쫓겨 「속빈 강정」우려

  • 입력 1998년 2월 23일 17시 56분


30대그룹들이 이달말까지 주거래은행과 체결토록 돼있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이 준비단계인 계획서 제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23일 각그룹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약정체결 대상인 26개 그룹중 19개 그룹이 주거래은행에 재무구조 개선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5대그룹 중에는 삼성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이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고 그나마 이미 제출한 그룹도 이미 나온 구조조정안을 그대로 재탕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담지 않고 있어 개선 약정의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실정. 이에 따라 은행들은 아직 제출하지 않은 그룹 재무팀을 직접 방문해 계획서 조기작성을 독려하는 한편 이미 제출한 그룹에 대해서도 내용의 보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반발하는 재계〓재무구조 개선 계획서 제출시한을 20일에서 23일로 한차례 연기했는데도 7개그룹이 아직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 현대 LG 대우 선경은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며 제출을 미루고 있다. 이미 제출한 그룹들도 재무구조 개선 약정 자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은행측의 요구에 따라 계획서를 내기는 했지만 계열사간의 복잡한 사정과 해외법인처리문제 등이 얽혀 있어 제출시한을 지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부 그룹에선 “약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문제는 내용”이라며 “일부 부실 금융기관에 그룹 장래를 어떻게 통째로 맡길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내용 부실한 구조개선안〓대부분의 그룹들은 “은행측이 요구하는 자료가 경영상 주요 기밀에 해당되는 사항”이라며 “아무리 개선계획서라도 이것까지 담을 수는 없다”고 버티고 있다. 23일 오후 한일은행측에 자료를 제출한 삼성그룹은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일단 형식은 갖춰 자료를 냈다”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협의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설명. 계획서를 제출치 않은 현대나 LG측도 “매각대상 기업을 명시했다가는 즉각 채무상환요청이 쇄도하고 종업원들이 동요한다”며 “이번 자료에선 일반적인 내용과 방향만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정체결 실효성 의문〓대그룹과 은행들은 모두 약정체결 시한에 쫓겨 재무구조 개선 계획서에 대한 정밀 심사와 조정이 부실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하면 약정체결 자체가 졸속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제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서는 환율이나 금리 증시 기업인수합병(M&A)상황 등이 정상인 것을 전제로 작성한 것으로 실현가능성과는 약간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매각이나 계열사 매각 유상증자 등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을 경우 기업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영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