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3자의 ‘대타협’으로 당장 2월 국회는 큰 걱정을 덜게 됐다.
고용조정(정리해고)제를 강행처리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노동계의 동의를 받아냄으로써 가장 큰 장애물을 통과한 셈이 됐다.
만약 노사정위에서 합의가 실패했거나 지연됐을 경우 소수여당이 주도하는 2월 국회는 큰 곤경에 빠질 뻔했다.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은 노동계의 동의가 없을 경우 고용조정 법안을 합의통과시켜주지 못하겠다고 난색을 표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면서 한나라당은 6일 고용조정 법안과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처리에는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발표했다. 물론 새 정부 출범 후 추경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당론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때문에 5조원으로 늘리기로 한 실업대책 재원을 포함한 추경예산안 처리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노사정위가 올해 상반기중으로 시한을 정한 노조의 정치활동 보장이나 올해 정기국회에서 입법하기로 한 전교조 합법화문제는 벌써부터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 두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노동계의 요구만을 반영한 것으로 수용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여야가 의견을 조율할 시간은 충분하지만 소수여당인 국민회의로서는 노사정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6일 새벽 노사정위가 극적 타결을 앞두고 진통을 겪은 것도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이같은 합의가 과연 지켜질 것인가라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노동계는 전교조 합법화에 대해 ‘국회 통과’까지 보장할 것을 끝까지 요구했고 소수여당인 국민회의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는 것까지는 책임질 수 있지만 ‘국회 통과’는 노력하겠다는 것 이상의 약속은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욱이 협상 막바지에 한나라당이 노사정위에서 탈퇴, 대부분 ‘입법’으로 마무리해야 할 합의사항의 전도(前途)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노사정 3자가 건국 이후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어렵게 이끌어낸 ‘거국적인 고통분담 합의’의 결과물을 함부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전교조 합법화와 노조 정치활동보장 등에 끝까지 반대, 입법화에 실패하거나 노사정 3자의 합의내용이 크게 변질될 경우 노동계의 반발로 이번 대타협 자체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또 이같은 노사정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입법활동뿐만 아니라 당장 정치권 스스로 고통분담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도 정치권의 과제다.
물론 이번 노사정이 이번 합의에서 요구한 정치권의 고통분담은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를 위해 부패방지법 자금세탁방지법의 조속한 제정과 선거법 정당법 등의 진취적인 개정을 요청한다’는 1개항 뿐이다.
당초 노동계에서는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1 감축, 지구당조직 폐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또 부패방지법과 자금세탁방지법도 올해 상반기중 제정해야 한다고 시한을 못박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의 위상을 고려해 최종합의과정에서는 다소 추상적인 표현으로 후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그렇지만 이 합의사항에는 현재 여야가 논의중인 정치구조개혁에서 정치비용 절감과 정경유착 근절이라는 정치권의 숙제도 정치권 스스로가 풀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담겨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