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경제개혁/구조조정]길 터준후 「체질개선 채찍」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7분


비상경제대책위원회는 3일 밤 12인 전체회의에서 ‘기업구조조정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달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5대재벌그룹 총수가 합의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주력기업 선정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책임 강화 등 5대원칙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비대위는 일단 이번 임시국회에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각종 입법조치를 마치고 행정조치와 기업자율추진사항 등도 이달 중에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또 올 상반기중에 상법과 은행법 등을 개정,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제도적 정비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조치들은 현재의 기업풍토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재벌들은 ‘울며 겨자먹기’의 심정을 나타내면서도 나름대로 구조조정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기업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대목은 99회계연도로 앞당겨질 결합재무제표 작성. 그동안 장부에 과다계상돼 있던 매출이나 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재무구조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노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전적으로 은행차입금에 의존하던 기업들은 ‘팽창경영’의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이 전면 금지되고 과다차입금에 대한 손비(損費)불인정 조치도 대폭 강화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반드시 사외이사와 감사를 선임해야 하고 소액주주의 권한도 대폭 강화된다. 이같은 ‘채찍’과 함께 비대위는 세제상의 혜택 등 ‘당근’도 준비했다. 그러나 매서운 채찍에 비하면 당근은 보잘것이 없다. 당근의 핵심은 △부채상환을 위한 자산 처분 △인수합병과 기업분할 △사업교환 △지배주주의 자산 제공 등 ‘자기살을 도려낼’ 경우 세제상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은 이같은 조치들이 기업, 나아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빅 딜’이나 한계기업 정리 등을 통해 핵심주력업종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새 정부측은 이런 제도적 장치에다 여신정책 등을 통해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압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곧 이어 구조조정안을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목을 죄겠다는 것이다. 재벌들의 ‘볼멘소리’를 애써 외면하면서 강력한 경제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김차기대통령측의 최근 행보도 바로 ‘제도와 여건을 마련한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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