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가는 은행 구조조정]하위 실무자들 무더기 명퇴

  • 입력 1998년 1월 22일 19시 46분


은행들이 35세 미만의 일반 행원들을 대거 명예퇴직시키고 있어 ‘거꾸로 가는 구조조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관련 일정을 끝낸 조흥 외환 제일 국민 부산 강원은행 등 6개은행은 모두 4천6백2명을 명예퇴직시켰다. 명퇴자 가운데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은 1급(부장 및 지점장급)이 2백40명, 2급(하위 부점장급)이 3백4명 등 1,2급이 전체의 11.8%에 불과했다. 반면 최하위 실무자인 5급(일반행원)이 2천5백36명으로 전체의 55.1%나 됐다. 청원경찰 등 별정직 7백34명과 4급(대리급) 4백51명을 합쳐 실무급 은행원은 전체 명예퇴직자의 80.8%에 이른다. 실무급 행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해 은행원들의 고용불안감이 높아지고 창구직원들의 업무가 폭증하게 된 것. 1천2백68명을 명예퇴직시킨 외환은행의 경우 전체의 72.0%인 9백14명이 5급행원이었다. 부산은행도 전체 6백79명 가운데 65.3%인 4백44명이 말단 행원이었다. 특히 작년에 흑자를 낸 경남은행은 “귀하는 현저한 직무능력 부족자로 판단돼 명예퇴직의 우선권고대상자로 선정됐다. 권고에 불응하면 즉각 대기발령 등 강력한 인사조치를 하겠다”는 은행장 명의의 편지를 은행원들에게 보내 물의를 빚었다. 이 은행은 전직원의 4분의1 가량이 일제히 명퇴를 신청하는 바람에 퇴직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금융전문가들은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새길을 찾겠다’며 은행을 떠나는 행원과 안팎의 압력에 시달리던 여자 행원들의 명예퇴직이 많았다”며 “국내 은행의 구조조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퇴직한 행원급 가운데 2백∼3백명이 시간제근무자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지만 일선 창구의 일 마무리는 정규직 행원들에게 전가돼 업무가 폭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6개은행 명예퇴직자들이 정식 퇴직금 외에 생활정착 등을 위해 받은 평균 위로금은 직급별로 4천2백만∼1억4천3백만원으로 당초 전망했던 액수보다는 훨씬 적었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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