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안 배경]「勞-使 공평한 고통분담」부각에 신경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13일 재벌그룹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놓은 ‘재벌수술안’은 비상경제대책위원회(비대위) 작품이다. 비대위 대표인 김용환(金龍煥)자민련부총재는 12일 밤 늦게까지 서울 여의도 비대위 사무실에서 재벌총수들과의 간담회에 내놓을 합의문 초안을 작성, 팩스로 김차기대통령에게 보내 재가를 얻었다. 이에 앞서 김부총재는 비대위 실무기획단이 대선공약, 현 정부초기 개혁안, 정부측 개혁안 등을 종합 검토해 마련한 재벌개혁 가이드라인을 비대위위원들과 검토한 뒤 김차기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차기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직전에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는 재벌들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일부 내용을 완화했다. 당초 2000년 4월부터 상호지급보증 100% 초과분에 대해 10%, 100% 이내에 대해 5%의 벌칙이자를 물리기로 돼있던 것을 각각 5%, 3%로 하향조정했다. 또 소액주주의 대표소송권과 장부열람권 기준을 강화하는 문제는 좀더 검토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특히 상호지급보증 금지범위를 5대기업으로 한정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30대기업 전체에 적용하기로 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이같은 비대위의 재벌개혁 가이드라인을 보고받은 뒤 김부총재에게 합의문 초안작성을 지시했다. 또 이 자리에서는 비대위 개혁안은 당분간 공개하지 않고 계속 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미 대선 과정부터 K교수 등 경제전문가에게서 재벌개혁 보고서를 제출받아 검토해온 김차기대통령은 자신의 재벌개혁 의지와 지침들을 여러차례 김부총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차기대통령은 또 지난 4일 일산 자택에서 김부총재와 임창열(林昌烈)부총리에게 직접 “조속히 개혁안을 만들어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비대위가 재벌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은 ‘고통분담 균형 맞추기’. 그동안 정리해고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 노동계를 달랠 수 있는 ‘반대급부’가 필요하고 노사정(勞使政)협의기구 구성이 벽에 부닥쳤던 점을 감안, 과감한 개혁조치를 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당초 ‘노동계는 김차기대통령, 재계는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식의 역할분담 구상아래 박총재에게 재벌총수들과의 연쇄접촉을 부탁했다가 김차기대통령이 먼저 재벌총수들을 만나기로 일정을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방적인 고통전담’이라며 반발하는 노동계를 의식, 김차기대통령 스스로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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