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본 97한국경제]재벌부도 도미노

  • 입력 1997년 12월 29일 20시 20분


1월 한보, 3월 삼미그룹 부도에 이어 4월부터는 본격적인 부도도미노 조짐이 나타났다. 두 그룹의 부도로 은행의 부실여신이 급증, 자금흐름이 엉킨 데다 그동안 기업의 외형만 보고 대출을 해온 종합금융사들은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의 붕괴에 놀라 무차별적인 자금회수에 나선 것. 금융경색에 따른 첫 희생물은 건설과 유통 등에 무리한 사업다각화를 해온 진로그룹. 자력으로 부도위기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정부는 부도유예협약을 급히 마련, 4월22일 진로그룹에 첫 적용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대출기피와 자금회수가 오히려 가속화하자 7월15일에는 재계 순위 8위인 기아그룹이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부도유예협약의 우산속으로 피신했다. 채권단과 기아그룹이 김선홍(金善弘)회장의 사퇴 등을 놓고 지리한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금융기관 부실화와 자금시장 경색은 한계상황에 이르러 12월까지 △쌍방울 △태일정밀 △해태 △뉴코아 △한라 △청구그룹 등이 줄줄이 쓰러졌다. 부도유예 협약이 적용되던 진로그룹이 9월8일 전격적으로 화의를 신청, 이 협약은 사실상 용도가 폐기됐으며 한때 대안으로 논의된 협조융자협약은 출범조차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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