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선안 의미]10년만에 깨진「장미빛 약속」

  • 입력 1997년 12월 29일 20시 20분


「40년 동안 소득의 9%를 내면 은퇴 후 70%를 주겠다」.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한 88년 당시 정부는 지킬 수 없는 「장밋빛 약속」을 했다. 평균소득자에게 70%를 주고 연금수지를 맞추려면 보험요율은 최소한 23%는 돼야 한다는 게 학자들의 지적이다. 독일(보험요율 18.6%, 연금급여율 60%) 일본(17.35, 69) 스웨덴(19.33, 55.8) 등과 비교해봐도 현 제도의 비현실성을 알 수 있다. 국내전문가 5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29일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개선안은 연금재정의 고갈을 막기 위해 현행의 「저부담 고급여」방식을 「고부담 저급여」로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골자다. 현행 제도를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2033년에는 기금이 바닥나기 때문에 가입자의 보험요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급여율은 개선안이 시행될 때부터 곧바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기획단은 「보험요율 15.50%에 연금급여율 50%」와 「19.10%에 60%」방안도 검토했으나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보험요율을 2025년까지 최대 12.65%로 올리고 급여는 40%로 낮추는 것을 최종안으로 채택했다. 여기에다 완전노령연금을 지급하는 연령은 점차 65세로 늦추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개선안이 시행된다면 97년 현재 평균소득이 1백7만원인 가입자의 경우 40년 동안 매달 9∼12.65%(13만5천원)의 보험료를 내고 은퇴 후에 42만8천원의 연금을 타게 된다. 이는 현행 제도를 적용할 경우 이 소득자가 매월 소득의 9%(9만6천원)를 내고 74만9천원을 받을 수 있은 것보다 훨씬 적은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기존의 연금가입자들이 개선안에 대해 큰 불만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출범 당시의 대국민 약속을 정부가 스스로 번복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만큼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가 개선안 시행의 관건이다. 현재 직장인 7백85만명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내년 7월 가입대상을 이보다 많은 도시자영자(8백90만명)에게 확대할 예정이나 현행 제도의 골격이 바뀌는 상황에서 이 계획이 무리없이 추진될지 의문시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빨라야 내년 5,6월에 법안이 통과돼 99년부터 개선안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선안의 시행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졸속 추진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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