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대출 연장 의미]연쇄부도 사태 진정될듯

  • 입력 1997년 12월 13일 08시 15분


종합금융사에 이어 은행이 앞으로 기업 대출금의 만기를 2개월간 연장키로 결정, 빚독촉에 쫓기는 기업은 당분간 숨돌릴 기회를 갖게 됐다. 특히 금융권간에 꼬인 자금흐름이 자금시장 안정대책으로 풀릴 경우 코앞에 닥친 기업의 연쇄부도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35개 은행장들이 12일 기업들에 대한 대출금 만기 연장결정을 내린 것은 한국은행이 이날 금융기관에 모두 11조3천억원의 자금을 직접 지원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나온 화답의 성격이 짙다. 은행은 최근까지 올 연말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8%)을 맞추기 위해 사실상 신규대출을 「올 스톱」했다. 신규대출은 커녕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업들의 목을 사정없이 졸랐다.은행은 업무정지된 종금사에 제공한 콜자금이 동결되자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종금 증권 투신 등에도 자금공급을 기피, 금융경색을 전 금융기관으로 확산시키는데 일조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종금사의 기업여신 회수로 번져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금융시장이 비정상으로 흐르게 된데는 종금사의 부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은행도 정상적인 자금흐름을 차단하여 결과적으로 기업의 연쇄도산을 부추긴 면이 없지 않다. 특히 은행들은 무역신용장 개설은커녕 정부가 약속한 수출환어음 담보대출도 외면, 상당수 수출업체를 고사직전까지 몰았다. 즉 현재의 금융위기가 실물부문까지 확산된데는 은행이 자금을 대주는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는 『은행이 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기업대출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릴 때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면서 앞으로의 정부 대응수위를 내비쳤다. 여기에다 한은이 이날 자금시장의 숨통을 트기위해 은행 등 금융기관에 11조3천억원을 지원키로 결의한 만큼 은행도 대출동결을 고수할 입지가 좁아진 것. 경위야 어쨌든 은행들이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신규대출도 일부 재개키로 결정한 만큼 최근의 자금시장 경색만 해소되면 자금난을 더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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