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이 기업들을 강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른 고금리정책도 기업 자금확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각 기업은 이미 확정한 내년 사업계획을 여러차례 수정하는데 지쳐 아예 손을 놓은 상태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많이 팔수록 손해」라며 아예 마케팅을 포기할 움직임까지 보인다. 수출업체는 외화확보를 위해 현금결제 바이어에게만 수출을 하고 있어 수출마저 위축되고 있다.
지난 8일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 발표한 현대그룹은 환율급등으로 경영계획이 무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측은 『환율변동폭이 사업계획 작성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며 『시설투자시 국산화율을 높이고 수입을 줄이겠지만 투자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삼성그룹과 LG그룹도 최근 내년사업계획을 최종확정했지만 다시 짜야 할 상황. 두산그룹은 사업계획에 손도 대지 못한채 내년 1월에야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
수입의존도가 높은 업체는 최근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나 판매를 거의 포기하다시피한 실정.
최근 환율 1천1백원을 기준으로 식용유 가격을 9∼15% 인상한 신동방은 또다시 30∼40% 가량의 원가상승 요인이 생기자 망연자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제지업체 재고가 바닥난 데다가 환율급등으로 70%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해 경영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 코오롱상사 등 종합상사들은 외화자금 확보를 위해 수출도 달러로 현금결제하는 조건으로 주문을 받고 있어 수출물량이 대폭 줄고 있다.
일부 중소 수출업체는 환율이 1천2백원대로 상승한 10여일전부터 아예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단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바이어들이 환율상승을 이유로 수출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해 환율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처지.
한편 건설업계는 그동안 할부금융사를 통해 아파트 입주자에게 대출을 알선해주었으나 최근 할부금융사가 12∼13%였던 대출금리를 17∼18%선으로 올리자 잇달아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미분양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 이달중 7천3백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키로 했다가 취소하는가 하면 대우건설 쌍용건설 청구 등 대규모 분양을 계획했던 업체들도 사업일정을 전면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중이다.
〈이영이·오윤섭·황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