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라인 부도 배경]맥없이 무너진「20년 흑자」기업

  • 입력 1997년 12월 5일 20시 23분


주방용품 전문 중견기업인 셰프라인이 지난 3일 최종부도 처리된 것은 지금의 자금시장 사정을 잘 말해준다. 이 회사는 77년 창업이후 해마다 흑자를 냈으며 작년에도 4백8억원 매출에 8억원의 순익을 거두었다. 부채 비율은 228%로 상장사 평균인 350∼360%보다 훨씬 낮다. 공장은 주문이 밀려 부도처리 후에도 근로자들이 잔업을 하고 있다. 국내특허권만 10여개 갖고 있으며 세계적인 특허권도 2개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한보사태 이후 종합금융사 할부금융사 등 거래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자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자금난이 시작 돼 최근의 자금시장 마비로 끝내 힘없이 무너졌다. 올들어 이 회사가 금융기관에 회수당한 자금은 예년의 3∼4배 가량인 1백20억원.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쇼크 이후 불과 3, 4일 사이 한꺼번에 30억원을 회수당했다. 이는 작년 한 해동안 회수당한 자금규모와 엇비슷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금을 빌려 가라고 사정하던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자금 회수와 동시에 거래를 끊어버렸다. 올들어 이 회사와의 거래를 끊은 금융기관은 모두 8개. 이 회사 김명석(金明錫)사장은 『이처럼 급격한 자금회수로 올해초 수립한 자금 운용계획이 휴지가 됐다』며 『올해 30억∼40억원가량 회수당할 것으로 보고 자금계획을 마련했으나 턱없이 부족했다』고 털어놓았다. 저 살기에 급급한 금융기관들은 어음 만기가 돌아오기 무섭게 회수에 들어갔으며 그나마 한번 연장할 때마다 대출금의 절반을 갚도록 요구했다. 지난달만 해도 1주일 단위로 연장해 주는 금융기관이 있었으나 부도 직전에는 1∼2일 단위로 연장하는데 그쳤다. 김사장은 『환율 급등으로 수출 여건이 아주 좋아지고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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