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구제금융이란 칼자루를 쥔 IMF가 재벌 계열사간 과도한 지급보증에 대해 「손을 댈」 것으로 알려져 우리 재벌들의 선단식(船團式)경영도 일대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재벌체제를 가능케 했던 삼박자는 △상호지급보증 △소수 대주주의 계열사 주식 독점 △계열사간 내부자거래 등. 여기에 총수의 경영노선을 충실히 이행하는 회장실 조직이 재벌 체제를 진두 지휘해왔다.
▼상호 지급보증〓재벌들의 사세확장과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를 일궈낸 일등공신. 그러나 우리경제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자 과도한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계열사의 연쇄부실을 낳는 악역으로 바뀌었다.
공정거래위가 지난 4월 집계한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급보증분은 64조4천억원 규모. 이중 산업합리화 관련 보증 등 예외 인정분을 빼더라도 33조원에 달한다.
재벌들은 공정위가 지난 8월 통보한 「시간표」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하는 지급보증분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왔으나 부동산시장 및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IMF시대」에 들어서면 향후 지급보증분 완전해소 압력에 시달릴 것이 확실해 보인다. 대우그룹 고위관계자는 『완전 해소는 대그룹 운영체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금융권의 대출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내부거래〓계열사간 거래에서 인위적인 가격조작을 통해 이익을 분배하는 주요한 장치였다. 그러나 금융권이 「빅뱅」을 거쳐 재정비될 경우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될 전망이다. 대출관행이 담보 및 지급보증에서 신용위주로 변모할 경우 거래가격 조작 등은 주거래 금융기관의 지적 대상이다.
▼총수 등의 주식독점〓주식 독점은 당장 제한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주주가 회장실 조직을 통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행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잇따른 기업부도로 경영의 투명성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사외(社外)이사제가 본격 도입될 경우 대주주의 힘은 크게 약화할 전망.
정부도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이 조직에 대해 수차례 해체압력을 가해왔던 터라 늦어도 차기 정부에서는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