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협의단은 우리측과 접촉에서 은행과 재벌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재벌중심 성장체제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재벌의 과다한 차입경영과 주먹구구식 투자가 은행부실을 불러왔고 이는 다시 기업부도로 연결되고 있다는 게 IMF측 판단이다. 구제금융을 받아 당장의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겠지만 이같은 악순환구조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도약이 어렵다는 진단을 내린 것.
임창열(林昌烈)부총리도 IMF측의 이같은 충고를 받아들여 보다 과감한 구조조정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임부총리는 29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으려면 구조조정계획과 정책제시가 필요하다』며 『변화하는 자세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업들이 지금처럼 엄청난 부채를 안고선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을 수 없다』고 말해 구조조정계획안에 재벌문제도 포함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과 재벌그룹들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파산정리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편 IMF측은 금융산업의 부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은행부실이 몇개 은행이 아닌 모든 은행의 문제라는 점을 간파한 때문이다.
IMF는 세율인상이나 정부지출삭감, 혹은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해 은행에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 정부는 국채발행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해 결산에서 부실채권정리에 따른 매각손실 4조2천억원과 유가증권 평가손실 9조4천억원을 반영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럴 경우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8%를 지킬 수 있는 은행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은 국채를 한국은행에 인수시켜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은행증자에 출자할 계획이다.
한은은 통화증발을 막기 위해 통화채로 이를 다시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통화증발 없이 은행의 BIS기준을 맞출 수 있다는 것.
결국 부실은행의 국책은행화가 이뤄지면서 정부주도하에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IMF는 이 과정에서 부실정도가 심각한 몇개 은행은 아예 파산정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무리한 인수합병은 우량은행마저 부실화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재정지원으로 모든 금융기관을 살리긴 어렵다. 결국 IMF 권고대로 파산정리를 포함한 구조조정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데 재경원도 수긍하고 있다.
〈임규진·백우진기자〉